검은새는 부드럽게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나는 오늘 새벽의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입술을 고니의 입술로 착각하고 말았다.
"백조...아직 시간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한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녀가 물러났다.
그제서야 나는 흑조가 그랬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저기..."
"절 그 애의 대용품으로 생각하시는건가요?"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아니...그게 아니라..."
"당신은 얼마 전에 제게 그 애보다 절 더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죠."
"사실이오."
진실은 진심이다. 백조보다 먼저 사랑하게 된 것이 그녀이니까.
"프랑스 사람의 진실을 듣고 분노하신 것도 사실이었고..."
"물론이지."
거짓말이었지만.
우리 둘다.
"그런데 어째서 절 그 애로 착각하실만큼 그 애를 사랑하게되셨나요...전 그애를 질투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다만?"
"당신이 상처받으실까봐 걱정될 뿐이에요. 그리고 전 어차피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처음에는 그저 샤프론으로만 있으려고 했어요...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당신은 벗어나지 못하는 수렁에 빠지게 되시는 거죠...전 절대로 그건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까요..."
그녀의 성격으로보면 그건 사실인 듯 싶었다.
아무리 친딸이라고는 하지만 화류계에 떠돌던 여성이 양녀로 들어온 품위있는 여성에게 싸늘한 어조로 질타까지 할 수 있을 정도라면...
내가 알기로 그녀는 절대로 빈말은 하지 못한다. 그것이 사랑일 경우에 한해서.....
"나는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함정에 빠지신 거에요."
누구라는 말은 생략되었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녀의 말을 슬쩍 비틀어서 말했다.
"당신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말이군?"
"...당신의 심장에 대고 물어보세요."
그녀가 예전에 구 로마 가도에서 했던 말을 다시 말했다.
"절 향해서 뛰던 심장박동이 이제 제게 들리지 않아요."
"...누구의 음모인지 말하지 않는군요. 당신은 내게 함정이라고 말했는데..."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랫동안의 직감이 제게 말해요...이건 음모다. 당신을 해치기 위한 음모라고요."
"그만하시오!"
나는 햇빛속에서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낸 그녀의 아름다운 귓불을 바라보았다. 귓불끝에 마치 붓끝으로 찍어낸 것 같은 검은 점...
귀걸이 점이라고도 부르면서 나는 얼마나 수많은 입맞춤을 그 점에 보내었던가...
하지만 나는 오늘 새벽, 그 입맞춤을 신성한 약속의 입맞춤을 수 많은 백조들에게 둘러싸여 했다.
검은새에게 한 것이 육체의 입맞춤이라면 백조에게 한 입맞춤은 고대의 시대에 대한 내 경의의 표현이었다.
"뭐가 음모란 말이오. 난 왕이 될 남자. 오로지 단 한 사람만이 날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법...그대의 말은 내게 맞지 않소. 도리에 맞지 않는단 말이오. 백작 영애!"
그제서야 그녀는 무슨 뜻인지 이해한 듯 했다. 흑자는 사시나무 떨 듯 떨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전하. 전 당신을 위해서.."
"......"
내가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문이 열리면서 시장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왕자님!"
"무슨 일들인...?아니?"
그.들은 내 양손을 꽁꽁 묶었다.
"죄송합나다. 저하. 워낙 국법이 엄하여 여왕님이 어쩌실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