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 백작은 거의 거처를 비웠다. 그 사이에 우리는 거실에 둘러앉아 옛날 음악을 듣기도 했고, 직접 연주도 했다.
한때 술집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던 검은새의 피아노 솜씨는 일품이었다. 고니의 바이올린 솜씨도 꽤 좋았지만 백작이 말하던대로 못하던 게 없다는 건 좀 과장이 섞인 듯 했다.
우리는 그렇게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다가 지쳐서 카펫 위에서 카드 놀이를 했다.
물론 그것도 질리기도 하고 해서 나는 그냥 카펫 위에 뻗어버렸다.
엄밀히 하자면 비 후보는 2명이었지만, 흑조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해준 위치에서 조금도 더 뻗어나가는 않았다.
한때 내 손 위를 아름답게 움직이던 손가락은 절대로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난..."
오래만에 솔직한 감정이 들어서 조이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전하."
"아, 고니."
나는 흑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에, 고니에게 말했다.
"당신은 재즈 색소폰을 무슨 책으로 공부합니까?"
"아...소니 롤린스요."
그때 풋 하고 흑조가 웃었다. 뭔가 지적이라도 해주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고니가 옳은 답을 했던 오답을 내렸던 간에, 나는 그저 시간만 벌길 원했기 떄문이다.
"그럼 그 책 좀 갖다주겠소? 당신의 색소폰 소리도 듣고 싶고, 나도 좀 한수 배우고 싶어서 그래요. 백작께서는 당신이 못하는 일이 없다고 칭찬을..."
그때 고니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아...아니에요. 갔다올게요...."
그녀가 자리를 비운 후 나는 흑조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도 누운 채로 내쪽으로 손을 뻗었다.
두개의 손가락이 잠시 부딪혔다가 이내 서로의 손가락에 엉켜들었다.
"오래간만이군."
"저하답지 않군요. 이미 후보는 정해져 있을텐데..."
"글쎄. 원래 이상형은 당신이요..하지만 조건이 안된다면 다른 대상자를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다만..."
"다만?"
"그녀로 정해진 건 당신이 신분이 낮았을 때 후보가 되었었고 때문이고, 그녀가 이제껏 다른 남자와 노니는 모습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오. 혹시...기분 상할까봐 걱정되어서 물어보는데..."
"네."
"그녀도 당신같은 과거가 있소?"
"매너가 없으시군요."
흑조는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면서 대꾸했다.
"또 당신과 저의 첫만남을 꼭 연상시키실 건가요?"
"...당신은 그때 참 순결하고 아름다운 영혼이었어...질투심을 유발하는 법도 아주 잘 알고...나는 당신에게 미쳐서 그 프랑스 놈을 찾아 거리를 헤매였고...."
"당신은 그게 거짓말인지도 모르셨죠...그때는 저도 정말 당신을 사랑했어요..."
"지금은?"
"...지금은..."
말을 더 잇기도 전에 그녀와 나는 손을 꼭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볼을 서로의 볼에 대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가.
코와 코를 잇대고 인중과 인중을 잇대고, 급기야는 한 조각상에서 나온 모양처럼 서로에게 꼭 붙어 있었다.
어차피 고니는 롤린스의 책을 찾지 못했을테니 잠깐의 충동이야 이렇게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조이는 냉혹했다. 그녀는 천천히 그 저주받을 말을 속삭이고는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남자가 있었죠. 거짓말 할 필요도 없이 그건 진짜에요..."
더 이상 덧붙일 말도 없었다. 나는 백조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아니, 이 두 여인에게서 헤어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더욱 실망했다.백조가 실망시킬 때는 흑조가, 흑조가 실망시킬 때는 백조가 나를 나락에서 끄집어냈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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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위의 여자 요약된 자료 참고....;;;;;;
프랑스 놈 잡으러 간 게 다 그 허풍때문이라는 왕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