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께서 마음을 정하신 걸 알고 있습니다."

백조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호수로 뛰어가는 걸. 본 흑조가 말했다.

"무슨 뜻이오?"

내 말에 그녀가 천천히 물에 얼음을 띄운 듯한 표정으로 상냥하게 말했다.

"이제 저는 지겨우실테죠. 옛날의 검은새와 지금의 백조이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되실테니까요. 고니는 어떤가요. 알게 모르게 저 천진난만함 속에서 저주받는 여성의 느낌이 아닌가요 전 그녀를 괴롭히는 악역이로구나...하는 생각을 저도 안 해본 적은 없답니다."

"다른 사람같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소이다..."

"그저 당신의 변덕일 뿐이죠."

그녀가 대꾸했다. 웃음기 없이 건조했다.

"설사 내가 정했다 한들..."

"...아니오. 왕자님. 여왕님은 백작만큼의 힘도 없으세요..결정은 내려진 거죠. 왕자님이 선택만 하시면 될 뿐."

"........"

"재미있는 걸 알려드릴까요."

그녀의 새까만 드레스가  마치 불길에 말려올라가는 재처럼 붉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일순간 그 자리에는 흑단같은 빛을 내는 흑조가 날아올랐다. 흑조의 머리에는 금빛  티아라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정신을 잃은 내 머리위로 뭔가가 날아들었다. 백조?! 아니면. 이것은...

"조이!"

내 부름에 고니가 달려왔다. 아마 시종과 비치 발리볼  게임이라도 하고 있었던것처럼 발이 흙투성이었다.

"고니..."

"전 멀리 가지 않았습니다만. 저하."

그리고 고니가 달려온 그 순간, 흑조는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뒤의 수풀에서 걸어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아까 전에 고니가 놀다가 잃어버렸다는 백공이 손에 들려 있었다.

"단지 공을 받으러 잠시 비웠는데 착각을 하신 것 같네요."

그녀가 고니에게 공을 넘겼다.그리고 흑조가 백조에게 말했다.

"오늘 밤, 오늘 밤이야. 저하에게 보여드렸으니, 자 이젠 네 차례야. 네가 나보다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가 볼까?저하. 오늘 호수에서  저희가 캠프 파이어를 준비했습니다.호수의 멋진 정경......"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내가 말했다.

"백작의 허락이 있었고?"

"저희들은 아버지의 딸들. 딸들이 하는 일 가지고 막는 아버지는 없지요..."

흑조의 말에 이어 백조가 말했다.

"맞아요. 전하. 여긴 밤의 호수가 참 아름다운 곳이에요."

"어머니의 허락 없이는 움직일 수 없소. 특히 왕자비 후보인 그대들과는..."

나의 완강한데 두 영애는 잠시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내 두 사람 사이에 비웃음 비슷한 것이 새어나왔다.

"저하. 저하는 다음의 왕이십니다. 또한 여왕님께는 다른 소생이 없으시죠.그런데 누가 저하를 막겠어요."

  나는 곧 유혹에 벗어났다. 시종이 새로 만든 호신부 없이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드글거리는 호수에는 발을 들여서 안된다고 간언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두 영애가 잠시 섭섭했하는 것 같았으나 우리는 이내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해가 떨어지는 순간에 보았다. 옅게 호수를 두른 자주빛 물안개들 속에서 우아하게 내려앉는 아름다운 여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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