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신의 가족은 당신을 지켜줄 수 있습니까?

제가 생각하기로 대한민국에서 자라나 입시경쟁에 시달렸던 청소년들은 한번쯤 마음이 아픈 시기를 지나갑니다.
제 경우에는 짝사랑으로 발현되었던 것 같아요.(헤헤)
그런데 이때 참 많이 부모님을 원망하지요. 분명히 부모로서 해줄 거 다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원망하고 웁니다...
저번에 제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한번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로 생각하고 간단한 정보만 알려드렸었죠.
지금 벗어났다면 한번 지나가는 소나기였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니라면 제가 아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청년은-지금은 중년에 가깝지만 그때는 고 1이었습니다.-학업 스트레스로 학교에서 이상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이 청년 이야기를 들려준 G양은 당시 조현증을 앓고 있었는데 그녀도 당시 심한 학업스트레스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G의 가족과 굉장한 친분을 갖고 있었는데...G가 병원에 다니게 된 것도 그 청년의 가족들이 이상증상을 듣고 병원을 소개해준 까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청년의 발병 당시, 주변 사람들이나 그 부모님조차도 상태가 심각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는(이제부터 한글로 적겠습니다. 블루투스 키보드라서 변환이 잘 안됩니다.)그 청년이 단지 학교에 다니기 싫어서 꾀병피운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죠.
유(청년을 이렇게 지칭합니다.)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까지 갔지만 아무도 인식을 하지 못해서 조현 중증 단계에 들어가버립니다.

어느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하겠습니까.
두 분은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했지만 아들은 결국 학교를 자퇴해야 했습니다.
그 인정이 늦었기에 상황이 악화되었던 거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조현이 심각해지면서 학업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유의 경우는 꽤 흔한 상황입니다.
지는 대학을 졸업했는데- 본인 말을 빌리자면 아마 개교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졸업하지 않았나...합니다.-오히려 지의 경우가 흔하지 않은 케이스라고 하더군요.

학교를 자퇴한 이후에도 유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흔합니다. 왜냐하면 정신과 약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모친께서 처음에는 싫어해도 먹어야 된다고 몰래 섞어주시다가 나중에는 약을 끊어버리고 건강식품만 먹이셨거든요.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정신과 약을 먹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식에게는.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아픈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지의 경우는 부모님이 약을 먹이면서도 넌 참 멀쩡한데 어쨰서....하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하더군요

건강식품 먹고 악화된 유는 결국 끊었던 약을 다시 먹습니다. 꾸준히 약을 먹고 치료하면서 사회활동에 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일이었지만 체력을 키울 수 있었고, 처음에는 운동하는 것도 힘겨워하는 유가 하루에 저녁 1시간 동안 농구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치유되었습니다.
다만...

좀 더 섬세한 두뇌를 이용한 업무는 하지 못합니다. 초기 증상이 아주 중증이었어, 중간에 단약했던 것 때문에 두뇌가 망가졌기 떄문이죠.
조현은 처음에는 그다지 심하게 시작되진 않지만 단약하거나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두뇌가 망가집니다. 두뇌를 정상이지만 수 있는 건 오직 약뿐입니다.
프로이트나 융의 방식으로 조현을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도 있는 모양인데, 그건 아주 위험한 방식입니다.
아주 증상이 약하거나, 우울감 정도에 어울리는 치료겠지요.

조현 환자 중 여럿이 학습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지의 경우에는 목표가 대학에서 장학금을 타서 졸업하는 것이었다는데, 2학년 1학기까지(발병 전) 반 장학금을 타다가 2학년 2학기때(발병 시기)장학금을 놓치고 그 해 쌍권총을 찼습니다. 그 이후 졸업할 떄까지 성적은 계속 수직하락을 거듭했다 하더군요.
지는 다행히 조기 발견되어 째꺼덕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은 마음이 아플 정도입니다.
지와 지의 어머니는 발병 전부터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던 관계로 싸움이 잦았는데, 조기 발견된 과정도 그런 다툼 중에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서 너무 우울해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와의 마찰이 있는 와중에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조기발견이라 희망이 있으니까요.

그것이 우울증이건 조현증이건 간에 일찍 치료할 수록 고통받는 자녀의 아픔을 덜 수 있습니다.
조현이라면 취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우울증 초기 증세라면 몇가지 약으로 일반인과 똑같이 살 수 있으니까요.
부모님이라면 증상이 보인다 싶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상담을 받으라면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라면 약을 먹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초기에 약을 먹는 것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약을 안 먹고 평생을 실수는 있어도, 약을 먹는 이상 계속 먹어야 하니까..."

그녀가 후회하는 것을 몇번 봐왔기에 경미한 정도라면 차라리 그냥 버티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약간의 심리치료사들의 방법에도 희망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가족이 병에 걸렸을 때 의사에게 데려가지 않거나, 약을 먹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 할 겁니다.

"당신이 그 사람의 평생을 살아줄 수 있나요?"

병은 어느 순간 찾아옵니다. 그리고 우물쭈물 하는 동안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점점 죽여갑니다.
당신이 그 사람의 생을 살아줄 수 없다면 도와주세요.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것이 가족으로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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