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과 내가 다가가자 그 아가씨들은 팔에 두른 모직물을 휘두르며  마치 발레리나들처럼 우아하게 사라졌다.그리고 그들 사이로 갑자기 백작과 백조 아가씨가 나타났다.

"오호. 왕자님이시군."

백작은 직위에 맞지 않는 경박한 어투를 써서 비아냥거렸다.

"시종도, 샤프론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 않으셨던가?"

"백작."

"...저는 왕자님의 시종이기 이전에..."

시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말을 가로챘다.

"그는 나의 친구요."

"고대 그리스의 친구같은 관계는 않았길 빕니다. 안 그러면 우리 고니가 불쌍하니까요."

"......"

분노를 참으며 그 두 부녀와 함께 나란히 호숫가를 산책했다.그러다  백작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성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왕자님께 이 아이를 맡겨놓고 가는 게 조금 불안하군요. 워낙 빼어난 용모이니..."

"신경 안 쓰셔도 좋소."

내 말에 백작이 피식 냉소를 흘렸다.

"그래서 제가 왕자님을 위해서도, 그리고 고니를 위해서도 준비한 샤프롱이 있지요."

"샤프론은...!"

내 말에 백작이 대꾸했다.
" 애초에 없던 시종도 생겼으니 샤프롱이야  뭐 대수겠습니까?"

그리고 호숫가에 있던 소녀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 하얀 무리 속에서 두드러지는 까만 옷의 여인 하나.
그 사람은...

"검은새!"

내가 외치려면 것을 시종이 손으로 팔을 꽉 붙들었다.
그리고 그가 내 귀에 속살거렸다.

"음모입니다. 감정을 속이세요. 왕자님."

"제 친 딸입니다."

백작이 내 등뒤로 돌아서면서 말했다.

"20년전에 생이별했다가 요 최근에 다시 만났지요.이름은 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선  오딜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검은새는 마치 나를 처음 만난 것처럼 고개를 깊숙이 숙여보였다.
이렇게 샤프론이 정해지고 나자 백작은 시종과 함께 성으로 차를 끌고 갔다.

"절 좀 구해주세요.!"

백작이 사라지고 나자 고니가 체면도 자존심도 따지지 않고 내 팔을 붙들었다.

"무슨 말씀이요? 당신은 백작이 자랑하는..."

나는 그 말을 하면서 검은새쪽을 돌아다보았다. 화류계 여인에서 한번에 백작의 딸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과연 그 이후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는 사악한 마왕이에요! "

백고니는 그렇게 울면서 내 팔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팔을 뗴어낸 것은 바로 검은새. 아니 흑조였다. 마치 흑조는 모든것을 단념한것처럼 조용하고 냉정하게 울고 있는 고니의 얼굴의 눈물을 닦아내주었다. 그렇다. 닦은 것 아니라 닦아주었다. 마치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는 것처럼...

"조이.너도 날 도와줘. 내가 말하는 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마."

건조함이 숨결처럼 느껴졌다.

"우린 그분의 딸이고, 그분 뜻대로 해야 해.그러니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하지마. 왕자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흑조는 그렇게 말한 후 말 그대로 샤프론이 되어 나와 고니가 호숫가를 산책하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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