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에는 참으로 무색하게도 아직까지 왕손이 .."

신하들의 상속자  발언이 쏟아지는데도 어머니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변함이 없었다. 왕국의  역사가 있는 동안 여왕이 있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반발에도...어머니는 지금까지 훌륭하게 국정을 다스려오셨다.

"...왕손문제는 왕가에서도 충분히 신경쓰는 있는 문제요."

부드러운 말투지만 얼굴은 굳어 있다. 신하들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데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모든 직업에서는 평등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왕위에 한해서는 아직까지 남성우월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매일매일, 혹은 장소를 바꾸어 무도회를 여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즉, 어머니는 반쪽짜리 왕인 것이다.내가 왕위를 이을 때까지.

"노력 정도로는 안됩니다. 언제 민중들이 들고 날 지 모르는 마당에..."

"암흑족의 백작이 별궁에 찾아오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암흑족, 옛날 고대 시절에는 어느 지방 왕국의 왕비족을 배출했다는 전통을 지닌 고귀한 혈통이다.
어떻게 보면 조선 시대의 왕통을 이은 화령왕국보다 더 오래된 귀족인지도 모른다.

"그는 다음 왕권을 노리고 자신의 양녀를 비로 삼아달라고 할 것입나다."

암흑족은 화령왕국의 기반을 다져주면서 왕비족으로 삼아달라 요청했다.

"그건..."

"그 조심스럽지 못한 여자가 왕자님 방에 숨어 들었단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건 고대 왕실의 재림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왕국의 존귀한 분의 자리가 야합이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등등.

"그건 왕자가 결정할 문제인 것 같소."

어머니는 냉정한 시선을 내게 던졌다.
백고니 사건을 미리 알리지 않았으니 당연한 시선이겠지만...

"내 생각에는..."

내가 침묵을 지키자 어머니는 잠시 한숨을 쉬고는 신하들측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 집안도 통혼가능한 집안이니 한번쯤 다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왕자도 그 처자에게 실례를 했다고 하니..."

암흑족의 백작은 무례하지만 트집은 잡을 수 없는 세련된 문구를 왕실 시종에게 전한 듯 했다.
그는 방을 잘못 찾아간 자신의 양녀에게 왕자가 일반 여인에게 대하는 태도로 농담을 하여 그녀가 당황했다고 써놓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안될 말씀을!"

다들 들고 일어났지만 나와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왕자 생각은 어떤가?"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백작이 초청을 했으니 방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잘못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신하들이 눈총을 주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니, 암흑족의 말이 어느 정도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왕자께서 꼭 그러시다면야...."

앞으로 왕이 될 사람에게 할 일이니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는 그 사고에 잠깐 웃음이 나왔다. 사실 백고니때문이다.
웃으면 하얗게 드러나는 진주알같은 치아에, 살짝 살짝 드러나던 하얗고 가느다란 팔.
발끝을 보기 좋게 감싸던 마치 토슈즈같은 덧신. 샤스커트 사이로 보이던 탄탄한 종아리와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다리...
암흑족 백작이 노리는 것이 왕비족의 배출이라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별궁에서 호수까지는 겨우 24킬로미터.
나는 시종이 모는 페라리를 타고 백작을 만나러 갔다. 나는 방문요청문에 간소한 만남을 원한다고 써놓았다.
파티도 원하지 않으며,딸린 시종이나 샤프론도 필요하지 않다고 적었다.

답장은 훌륭한 해서체로 해서 왔는데 거기에는 마침 양녀가 아침에 호숫가로 산책을 나가는데 거기서 우연을 가장하여 만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따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왜냐하면 내가 왕자이므로.- 예정시간보다 일찍 호수에 도착했다.

"으스스한데요..."

 나의 젖동생 사이인 그가 말했다. 쌍둥이 같은 우리였으므로 그가 느끼는 것은 내게 바로 전해져왔다.

"너무 빨리 왔나보군."

시간을 당기기 위해서 젖동생에게조차 거짓말을 한데 가책이 오긴 했지만, 거짓말 한 건 아무래도 좋았다. 

"왕자님, 저기..."

아직은 새벽 4시. 백작의 양녀라면 아직은 수면시간일텐데...그리고 백조라도 아직은 잠들어있어야 할 시간.
그런데 우리의 눈앞에는...
호수의 수면위에 팔을 내려뜨리고 떠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보였다.
그들의 발은 마치 백조가 물위를 떠 다니듯 고요하게 스치듯 지나갔다.
백조의 유령이다...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고 훗날 그녀가 내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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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레 보게 된 건 얼마 안되었지만, 백조의 호수는 발레리나가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 좋아하는 발레는 아닙니다...이미지도 지젤에서 더 많이 나왔기도 했지만요...;;;;;;;;;;
그렇다고 지젤이나 흑조의 32회전 푸에떼를 쓸 생각도 없지만...;;;;;;;;;;;; 
 원작이 있다던데, 그게 러시아 민담인지 잘 모르겠네요....
알아보면 좀 더 좋을텐데.;;;;;;;
하여간 레이디 버드 에서 왕자가 조금 티미하게 나오는 건 제가 그 발레리노를 안 좋아해서일지도요...
다른 버전도 잠깐 본 적 있는데 어쩌면 왕자가 그렇게 네거티브한 적도 없이 해맑게 웃는 건지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여러버전 다 왕자가 그래서...;;;;;;;;;;

제목인 레이디 버드는 한때 존슨 대통령의 부인 별명이었다더군요....이건 또 최근에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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