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차가 멈췄군."

3등칸에서 그녀를 안으로 집어던졌던 남자들이 목을 움츠렸다.

"운전수까지 죽인 건가?"

"...설마, 대장이 아무리 정신이 없기로서니..."

"하긴 그렇지."

기차 안에서 타앙! 하는 총성이 3등칸까지 들려왔다.

"...아니,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아..."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우며 그 둘이 서로에게 말했다.

"설마하니 부하들까지 죽이겠나 싶었는데..."

"...아니, 아닐 거야. 우리는 독립군이니..."

그 둘은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자신들의 대장이 얼마나 훌륭한 독립군인지는 알고 있었다. 냉혹하고 정확하며, 마음 먹은 것은 해내고 만다...
그렇다면 지금 1등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아마도 다른 일일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믿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아까 전에 온 여자 있었지? 그 여자 혼자 침투한 건 아니었을테고...1등칸에 다른 놈들이 와 있었던 건 아닐까...지금이라도 지원 나가야 되지 않겠어?"

"그...그래. 그 여자라도 붙들어서 1등칸 침투한 놈들한테 항복하라고 해야..."

그들이 그렇게 한눈을 팔고 있는 동안 그 순간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여자용 구두굽이 날카롭게 그들의 이마를 찍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붙인 것이라 그렇게 힘이 가해진 건 아니었지만 의외의 공격에 그들은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노려 명의 듬직한 주먹이 그들의 명치를 가격했다.

"육혈포 좀 빌리지."

명이 말했다.

"내게도 하나 주세요."

그녀의 말에 명이 고개를 저었다.

"여성에겐 너무 위험한..."

"나라를 위한 일에 여성과 남성이 있던가요?"

그녀의 말에 명이 잠시 침묵했다. 그의 손을 빌릴 필요도 없이 설은 스스로 육혈포를 가졌다.
그리고 아까 전에 공격하기 위해 썼던 신발을 다시 신고, 은장도를 허리께에 꼭 붙들어매었다.
별달리 무장을 했다고도 하기 어렵고, 보기에 따라서는 좀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도대체 어떤 계책이오?"

그의 물음에 그녀가 대답했다.

"기차는 멈췄으니, 이제 저 하선생을 희생삼아 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저 대장이나 하선생이나 둘 중 하나가 살아남더라도 이 기차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죽게 될 거에요. 그럴 바에야 둘 다 없애버리는 편이 나아요. 윗선에 보고할 사람은 다 없애버려야..."

"생각보다 냉혹한 편이시군."

명이 말했다.

"내가 아는 유일한 여자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 여자분이 아니어서 죄송하군요...하지만 그분도 이런 순간을 맞이했다면 저와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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