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뺨을 때려가며 깨웠다. 하지만 뺨을 때린다고 해서 강력한 방사능 영향에서 일으켜세우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만하시오..."
설의 손을 명이 잡았다.
"이미 틀린 게요...당신과 나라도 한번 시도해봅시다...하지만, 이 사람들은 이미 틀렸소...아니, 나부터가..."
명은 초인적인 의지로 딛고 일어섰다. 워낙 극심한 배고픔의 고통과 얼음판을 깨고 물을 마시고 일어섰던 그 기력이 그를 일어서게 했던 것이다.
"......"
그제서야 그녀도 사태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밖엔 그녀를 조롱하고 괴롭힌 가장 악질의 상대들이 있었고, 우선 이 사태를 헤결하려면 그 악질들을 우선 해치워야 했던 것이다.
아직 그들에게 휘둘린 머리가 아파왔다.
현실은 인정해야했다. 육혈포는 빼앗겼으며, 그녀의 우군은 지금 단 한명뿐이었다.
그나마 쓸만한 우정은 지금 1등칸에 가 있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가능한 술수가 하나 있었다.
"방법이 하나 있어요."
그녀가 명에게 말했다. 그는 어지러움을 억지로 딛고 일어나 천천히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도 육혈포를 빼앗겼지만, 아직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답게 또 다시 전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가 말이오."
그의 깡마른 팔에서 힘줄이 도드라져보였다. 총탄구멍과 멱살잡이 당해 구겨진 칼라를 보면서 그녀는 기차를 처음 탔던 순간의 우정을 떠올렸다. 너무 대조적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우정보다 이 남자에게 더 끌렸다. 이 남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우정이 꼭 필요했다...
우정에게는 가혹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우정을 인간으로서 좋아하더라도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매우 가혹한 일이고, 그녀의 인격으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사랑은 항상 그런 법이다.
"전."
아니.
그녀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니, 나는."
처음으로 그녀가 그녀답게 입을 열었다. 항상 저는, 와타쿠시와로 말을 열던 그녀가 처음으로.
"나는."
이라고 입을 열었던 것이다. 그것도 순수한 반도어로.
사람들은 뒹굴고 괴로워했다. 방사능으로 인한 복통과 두통, 어지러움증...
동포 중 몇개월되지 않은 아이의 어머니가 있어서 이 상황은 더욱 지옥도를 연상케했다.
이틀 전의 임산부는 기차에서 내려서 순산했다지만...아마 그녀의 아이는 기형아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어른들이 정신을 잃은 상황에서 오로지 혼자만 제 정신인 아기는...
더욱 나쁜 상황에 몰릴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면, 잠시 악마가 되어도 괜찮을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