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은 맹구의 옆에서 천천히 벽을 뜯어보았다. 손끝으로 살살 만져서 떼어냈다. 허술한 벽체는 금방 모습을 드러냈는데 알 수 없는 가루와 돌덩이가 들어있었다.
"겉보기로는 봐서는 전혀 모르겠소."
명의 말에 맹구가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이건, 그 광산에 있던 것과 같아요....뭐라더라...폴로늄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폴로늄?
명은 갑자기 북유럽의 어느 황제가 자신의 신하에게 내렸던 사약을 떠올렸다.
그 신하는 몸이 차서, 늘 뜨거운 들을 넣은 차나 물을 마셨는데, 그때 그 사약은 황제가 내린 돌이었다.
늘 보던 돌이었기에 신하는 아무 생각없이 그 둘을 넣은 물을 마셨고, 얼마 뒤에 사망했다.
그 돌이 폴로늄이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정말. 이게 그 죽음의 돌이오?"
명의 말에 맹구가 말을 흐렸다...
"확실친 않아요...하지만 그때 본 돌과 비슷한 것 같아요...만약 맞다면 우린 , 그리고 이 기차의 운명은 정해진 거죠...우린 다 죽을 거에요...그리고 종착역까지..."
그 신하는 죽을 때 그 저주받은 돌의 성분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끔 깊이 파묻혔다.
명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약혼녀를 살릴 수도 없고...자신도 이 돌이 의해서 죽게된다니...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는 반갑기도 했다. 이 자리에 지원한 것 자체가 언젠가 죽을 자리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고국의 독립을 위해서...
"울음을 그치시오."
명이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 그게 그런 돌이라면, 우린 종착역의 동포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소. 종착역에 기차를 도착시키지 않는 거요. 나도 그 돌이 대해서 얼핏 들어보았소. 다행히 도착하기 직전에 알아냈으니..."
"어떻게 한다고?"
맹구가 사납게 대들었다.
"그 놈들때문에 죽을 뻔한 걸 겨우 도망쳐나왔는데, 고작 동포들을 위해서 죽으라고? 당신 그러고도 독립군이야?"
"......"
"나도 내 인생이 있다고. 물론 동포들을 죽이고 싶진 않아. 하지만 적어도 종착역의 공기는 맡고 죽고 싶다고! 죽어도 내 땅에서..."
"그 맘은 알겠소."
명이 냉담하게 대꾸했다.
"나도 이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내 약혼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을 게요...하지만 안되는군. 되는 거라도 우선 생각합시다. 선생."
"......"
"지금 이 기차를 다시 빼앗아야 합니다."
명의 말에 노인이 말했다.
"어떻게? 독립군들은 총을 가지고 있고, 훈련된 자들이여...우린 3등석에 겨우 올라앉을 정도로 가난하고, 몸도 안 좋소. 바로 당신과 저들같은 독립군들을 지원하느라 돈이 없었으니 말이오..."
"미안합니다."
명이 짤막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제가 독립군이 된 건 저렇게 무도한 일을 저지르려 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동포들을 위한 생각으로 그런 것이니...협조해주십시오."
"협조하라 말들은 잘 하오만..."
노인이 다시 대꾸했다.
"독립군이 지나가면 제국군이 지나갔고, 제국군이 지나간 후에는 군벌들이 지나갔오. 그들의 말은 하나였지.
독립군이 지나갔는가? 지원했으니 죽이겠다. 제국군이 지나갔는가? 그들에게 도움을 줬다면 땅에서 내쫓겠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게요. 제국군과 군벌을 지원했다면 우리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말라고 말이오..."
독립군은 들릴지 않는 곳에서 원망을 사고 있었다. 그들에게 어소에서의 독립선언은 기대밖이었다.
명은 그제서야 운동가들과 일반인들의 차이가 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녀와 국민들과, 자신들은...
벌써 돌의 기운이 돌고 있는 것인지, 아득하게 어둡게 느껴졌다.
"하지만...우리는...해야 합니다..."
그만 그런 것은 아닌 듯 싶었다. 모두들 깜빡깜빡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아...설..."
명은 그 말을 뱉으며 바닥에 이마를 갖다대었다.
"새벽의 나라를 위해서..."
죽음이 확정된 사내가 여기서 죽는다 해도 그녀는 행복해질 것이다. 원래 그런 맑음을 타고난 여성이므로...
그녀에게 약속된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