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점점 종착역에 모여들었다. 어소에서 온다는 귀빈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점점이 찍힌 사이에 제국기가 흔들렸다. 화물기차를 얻어타서 도착한 한두는 아직 여유가 있음으로 안도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하루가 남아있다.
그 사이에 기차강탈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사무실을 찾았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이 제국인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우리의 동포가 그대들의 동포를 죽이고, 독립을 꾀한다는 사유로 이야기를 한다면...자신은 정상일까?
그들의 눈으로 보면야 독립군은 단순한 테러리스트에 불과하고, 사실을 이야기하는 자신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반항하는 선량한 제국시민일것이다...
"반자이~"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곳처럼 유년학교 학생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아직 하루가 남아있다.
그 사이에 그들은 무사히 빠져나왔을까?
설과 그 모자란 글쟁이는 살아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만났던 독립군들을 과연 계획을 실행시킬 수 있을까...
그 아가씨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강단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독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하나, 저 유년학교 학생들이나 간자시를 맵시있게 틀어올린 자주 기모노를 입은 아가씨를 과연 다 죽여야 하는가?
그저 어소에서 오는 귀족 하나 죽여서는 안되는 걸까...?
한두는 잠시 고민하다가 역무원 하나를 만났다.
"실례합니다..."
"아, 괜찮습니다."
"여기, 오는 기차...대륙횡단 열차 말씀입니다만..."
"아, 네."
그는 마치 상냥하게 응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형 모양, 네. 네. 를 연발했다.
과연 어소에서 오는 귀족을 상대하기 딱 걸맞게 만들어진 듯 했다.
"지금까지 오면서 사고는 없었습니까? 전신이 끊어졌다거나...사실 제가..."
그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 상냥한 역무원이 대답했다.
"아, 네.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고요...선생, 제가 좀 바빠서요..."
한두는 잠시 충격받았다.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일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그는 잠시 미친 듯 한 상태가 되어, 역무원 사무실로 달려갔다. 몇번의 인사와 몇번의 대화끝에 그는 알게 되었다.
공식적으로 그 대륙횡단열차는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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