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 오르자마자 개머리판에 머리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다. 김대승 대장은 차분하게 명을 내려다보고. 부하에게 말했다.

"쏴버려."

"......"

"또라이 색히."

그러면서 김대장은 명을 발로 한번 걷어찼다. 나무토막 걷어차는 듯한 소리가 났지만 정신을 잃은 명은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어딜 감히 나에게."

"...대장님..."

"어딜 감히 나한테 명령을 해. 이 색히가..."

김대승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생각을 좀 해보더니 이내 다시 말했다.

"맞아. 이 놈도 제국놈이니 묶어버려."

"대장님?"

"저 속에 있는 간첩놈들이랑 같이 태워주지."

"...대장님?"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김대장은 이내 피범벅이 된 1등칸으로 걸어가버렸다. 그 사이 부하들은 정말 명이 제국의 스파이인줄 알고 침을 뱉고, 자기들끼리 다른 제국놈들은 다 죽었는데 이 놈만 살려야 한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그는 3등칸으로 던져졌다.


"정신 차리시오."

어두컴컴한 가운데 명은 눈을 떴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걷어차인 다리가 무척 아팠다.
그 가운데 누가 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아?"

"반도말 할 줄 아시오?"

한 청년의 물음에 그제서야 명은 흐린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었다.

"물론이오. 난 독립군..."

"...아, 저 놈들 미쳐버린게야."

한 늙은이가 투덜거렸다.

"글쎄. 우리보고 한패라지 않소. 당신도 누명을 쓴 게로군. 근데 어디서 온..."

"할아부지. 독립군이래잖아요. 어디서 우리 데리러 오려다가 속아서 끌려온 것 같아..."

그 사이에 한 청년은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맹구야. 두드린다고 그 벽이 열리겠니. 그냥 포기하려무나."

"아니오. 할아버지."

명석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그제서야 명은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워낙에 평소에 못 먹어 버릇해 한번 쓰러지면 일어나기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쓰러져가면서도 제국인에게 총탄을 퍼부었다.
그러나 뜻밖의 순간, 동포에 의해 폭행을 당할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었다.

"뭔가 있어요..."

맹구라는 청년이 대꾸했다.

"제가 연구소에 끌려갔었잖아요. 기억 나시죠...마루탄지 뭔지..."

"...응?"

명은 그제사 정신을 차렸다.

"폭탄이...소량의 핵폭탄이..."

"그때 제 전에 죽은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때 실험당했던 것이 무슨 돌에서 채취한 걸 터뜨린 장소에 가서 서 있게 하는 거였어요. 거기서 밥도 먹고, 석탄도 캐고..."

핵폭탄! 명은 그 청년이 찾는 것이 바로 그 폭탄이라는 걸 알았다.

"맹구야...뭔소리 하는진 모르겠는데 이대로 그냥 죽자...동포의 정으로 편하게는 죽여주지 않겠니?"

"할아버지."

맹구 청년이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대꾸했다.

"제가요. 그 쓸개빠진 아비 덕에 징용만 안 갔어도, 수도대학 졸업하고 광산을 크게 했을 거에요. 근데 한가지 깨달은 건 있어요.  수도대학에 다닐 학비를 지원해 준 덕분에 기차 구조라던가, 기차에 들어가는 광물이라던가를 잘 알게 되었거든요. 근데 이 칸이 유달리 이상해요..."

그리고 그가 갑자기 명앞으로 다가왔다.

"독립군이라면 우릴 좀 도와주세요. 우린 아무 짓도 안했어요. 근데 이 수상쩍은 기차를 가지고 종착역에 자살돌진할 거랍니다. 우린 동포 아닌가요? 폭탄을 미리 찾아서 없애버리고 저 치들도 치워버려야 우리가 죽질 않아요.
우릴 좀 도와줘요! 난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요! 마루타도 겨우 피해서 도망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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