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우정은 차트렁크에 집어던져지다시피 해서 차에 실려갔다. 목만 남기고 푸대안에 넣어버렸기 때문에 명사수인. 우정의 총솜씨와 설의 은장도가 전혀 소용이 없었다.설은 꼼지락거리면서 은장도를 꺼내려고 애썼지만 실패했으며, 우정의 육혈포는 압수당한지 오래 전이었다.

"포기하시오. 설."

불편한 자세로 계속 움직이는 걸 본 우정은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도저히 포기라는 걸 모르는 여성같소. 울면서 종착역에 가게 해달라고 했으니 그냥 기다리고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오?"

"그 말을 되돌려드리겠어요. 당신은 도저히 포기만 아시는 분 같아요. 누구든지 음모를 알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노력하지 않나요?"

"어차피 죽음으로 달려가는 길이 같다면 좀 더 편안한 길을 택하는 게 제일 좋은 거요. 내가 당신 아버지를 죽였을 때도 당신 아버지도 내게 그렇게 말했소."

[하군. 나는 타고난 사업가일세. 그러니까 저 기누코가...자네가 보기엔 기누코는 어떤 것 같나. 참 아름답지 않은가?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지...난  돈을 주고 기누코를 샀어.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한가?]

"나는 궁금하지 않다고 대답했소."

[그 아름다움을 위한 희생물이라면 난 그녀를 위해서 죽어도 좋다네. 그러니까 하군. 만약 만약 소문대로 자네가 기누코를 가지고 싶다면 할수 있는대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해야 한다네. 내가 기누코를 가장 비싸게 산 건 상인의 피가 흐린 탓이지...귀족적인 취향 덕분이야. 하지만 자네라면 나같은 방법을 선택할 게 아니라...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네...가장 쉬운 방법. 그러니까 최대한 나를 자극하지 않는, 가장 편한 방법 말이야...]

"가장 값이 덜 드는 방법."

우정은 경쾌하게 말을 이었다.

"그게 가장 나와 잘 어울리는 방법이었소. 오래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지. 당신 아버지의 뜻대로 된 거요. 난 그 이후 당신 돌아가신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소...그분이 그렇게 이야기했지. 어차피 죽음으로 가게 된다면 최대한 편한 방법으로..."

"그런 분이 눈길을 걸으신 건..."

"당신이 걸리적거리니까. 포기를 안 하니까."

어처구니 없다는 듯 우정이 냉소했다. 트렁크를 살짝 몸으로 밀기도 했다.

"......"

두 사람은 잠시 서로 응시했다. 그녀는 대답을 얻으려고 했고, 우정은 피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설의 포대가 찢어졌다.

"음?"

"은장도가 아직까지 쓸만하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우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이젠 좀 더 희망적인 상황이죠? 어차피 죽을 상황은 아니니까. 이제 옛날 능력을 좀 보여주세요. 전 억울해서 그대로 도망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어 ...어 떻게 푼거요?"

"사람은 학습을 하죠. 관절기라는 걸 유심히 구경했거든요. 자!! 손이 자유로우신 거 아니까 이제 포대를 벗으세요."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우정도 포대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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