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의 변신.
아니, 첫마디에 격분하지 마시고요...욕 아니에요. 엿-이라는 과자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아이스크림 이야기하다가, 그것도 이제 3회분 이야기하다가, 웬 이야기냐고요?
만화 좋아하시나요? 좋아하시고, 이제 연세가 30대쯤 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화.
후쿠야당 이야기라고 있어요. 한동안 애장본으로 나오다가 지금은 절판되어서 이북으로 나와 있죠.
거기에 과자 이야기가 액자처럼 나오는데요.
주인공의 둘째 언니가 좋아하는 듬직한 과자장인 켄지가 만드는 과자가 모두 세 자매를 형상화 한것이죠.
서로 좋아는 하면서,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러다보니 오해는 쌓이고, 그 오해의 대부분이 켄지가 둘째를 빼놓고 첫째와 셋째의 이미지로 과자를 만들었다는데 있어요.
과자에도 심오한 예술의 경지가 있구나. 하고 처음 깨달았지요.
요리평론가 이용재님이 한번쯤 다뤄봐주셨으면 하는 만화지만, 일본 과자는 생소하셔서 안 하실수도 있을 것 같고...
하여간에, 그 켄지가 만드는 세번째 과자가 바로 엿! 입니다.
만화에는 엿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사실 일본에서는 엿을 사탕 종류로 다루고 있으니 과자로 보기만도 조금 애매하긴 하네요.(일본어로는 아메. 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단 것!이라는 느낌이죠...)
물론 책에서는 과자로 나오고 있긴 합니다만.
단색 종류로 여겨지고, 주로 색감이 강조되지 않는 우리나라 엿에 비해 이 만화의 엿은 굉장히 화려한 느낌이죠.
왜냐하면 여주인공 히나의 물들인 손톱을 주제로 해서 만든 것이라 색색깔의 고운 조그마한 가리비로 형상화되었거든요.
말 그대로 여주인공의 섬세한 성격과 소녀다움이 잘 드러난 과자였어요.
우리나라 엿도 물론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건 아니죠.
나무위키에 가시기만 해도 약엿부터 시작해서 울릉도 호박엿, 그외 등등의 엿에 대한 설명을 보실 수 있어요.
그걸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만 해도 엿의 역사와 내용에 대한 트리비아를 보실 수 있는데요...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그렇게 다양하고 맛있고 실용성있는 역사를 가진 엿이 색색깔의 고운 느낌으로는 들어오지않는 느낌이었어요.
역사와 전통은 만들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뒤를 잇는 다양한 장인의 힘과 판타지! 가 있어야 뒤를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닌 다음에야 저처럼 촌스러운 엿따위! 이런 말이나 하게 되고 말이죠...
(물론 제가 다양하고 화려한 엿을 접하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위키에 가지 않았더라면 더 모를 뻔 했죠.)
아마 켄지같은 장인이 없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여주인의 식견이 없다면...일본 엿도, 일본 화과자의 아름다운 세계도 탄생하지 않았을 테죠.
우리나라도 요즘 많은 지역과자들이 나옵니다. 황남빵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지역별 고구마빵이라던가 대추빵이라던가. 많아요, 하지만 뭐랄까요...일본 과자의 카피같은 느낌이 나요. 이미 일본에서 그런 빵들을 본 적이 있거든요.
조금 더 힘을 내서-물론 카피하는 사람들도 많을테지만- 자기들만의 판타지를 이룩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켄지의 가리비 엿처럼 말이에요.
아, 혹시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보셔요. 가리비 색깔이 흑백만화인데도 정말 곱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