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놈 잡아!"

소리가 높아졌지만 한두는 포위망을 쉽게 뚫었다. 그가 달아다는 모습을 본 대장은 이내 설에게 다가와 따귀를 때렸다.

"친일파 년이!"

"그거 보십쇼. 죽이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정의 말에 대장이 대꾸했다.

"자네도 입을 잘못 놀리면 안되네. 우선 자네 부대부터 찾고 할 일이지..."

그 말에는 우정과 설을 한데 묶어서 처리하겠다는 뜻이 들어있었다.
대장은 부하들을 뒤로 물리고 우정에게 밀수 담배를 물린후-고급담배를 즐겨 피웠던 우정에게는 지옥같은 맛이었다.-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이 김한두랬나?"

"....."

우정은 잠시 침묵했다. 그 말끝에 담긴 의미가 뭔가 다른 것 같아서였다.

"한두...김한두라...내가 아는 분의 자제분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진 친구가 하나 있었지...본 적은 없지만."

"......"

어쩌면 정체가 들통날지도 몰랐다. 우정은 김한두의 아버지인 김진좌가 아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몰랐다.

"아버님 성함이 김진좌였던가?아버님을 만나 뵌지가 꽤 오래 되었지? 이번이 세번째인가?"

은근히 던져보는 말인지, 아니면 그저 흘리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네."

하지만 우정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대장이 말했다.
잠시 한 부하를 부르더니 얼음같이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이 놈 묶어. 간첩이다."


"....?"

패잔병 취급에 잠시 화를 냈다가, 갑자기 김진좌의 아들 행세를 했다가 정신이 없었던 우정은 처분에 깜짝 놀랐다.

"에?"

"네놈은 김한두가 아니야."

대장은 그렇게 잘라 말했다.

"김한두가 그렇게 나이가 많을리가 없어. 아까 전에 도망친 그 친구 나이쯤일테니까...그리고 아마 아까 전에 도망친 그 놈이 김한두겠지. 이 눈보라를 뚫고 달려가는 무모함은 그 애비하고 무척 닮았어. 흥! 놓쳤다고 뭐 달라질 거 있나. 그 놈이나 이 놈이나 다 얼어죽어버리면 돼. 김진좌 놈이야 애초에 아들이 온 것도 모를테니. 다 얼어죽어버리라지..."

설은 독립군의 그 냉엄한 태도에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착각했는지도 몰랐다. 독립군들은 다 나라를 위해 싸우고, 그 정의를 위해서라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하지만 그건 다 착각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위해서 독립군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었다.

펄럭!

대장은 눈발을 맞으면서 우글우글 해져가는 우정의 비밀책자를 설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여기에다 묶어놓고 가자. 이거나 실컷 보면서 둘이서 재미보라고 하지. 그게 독립을 막는 해충들을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일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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