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구애에 설은 혀를 찼다.

"...정말 갈수록...

"...아, 이건 진심입니다. 난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어요."

어딜가든 씨알 먹히지 않는 소리를 하는 우정에게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내 어디가 그토록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

그녀의 말에 하선생은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던 걸 답지 않는 순수함과 열정을...난 그 열정에 반했습니다."

"...열정이라고요? 모던 걸 답지 않은...점이라고요?"

"당신같은 모던 걸은 없지요. 반도인 특유의 야만에 가까운 순수성과 유럽의 성녀같은 고고함, 그리고 대륙인들과 사소한 대화마저 잘 어울리는 세련됨과 소박함. 난 당신을 그 점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

그는 잠시 자기자랑을 하는 것이 저어된다는 듯 주저했지만 이내 매끄러운 혀를 놀렸다.

"수많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내 앞에 몸을 던진 것이 내 매력의 전부는 아닐 겁니다. 당대 최고의 문사, 그리고 만약의 경우, 당신을 해칠 사람이 있을 경우에 막을 수 있는 격투실력도 매력의 일부겠지요."

그 많은 장점들을 일부라고 치부하는 그에게 그녀는 잠시나마 어지러움을 느꼈다.
저 남자는 그게 진심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그가 오히려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뻔뻔함이겠죠."

그녀의 냉담한 대답에 그가 대답했다.

"아니오. 장점은 바로 당신의 '동포들-기차에 탄 사람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또한 당신의 고매한 그 '약혼자'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고요...난 지금 마음만 먹으면 이 기차 전체를 지옥의 아가리로 처넣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드디어 악이 본심을 밝혔다. 하지만 그녀는 그 뜻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농담이나 던지는 남자가 지금 자신에게 악의를 드러낸 것이었다.

"자, 선택하시죠. 별로 선택의 여지는 없어보이지만..."

그는 갑자기 옷 안쪽에서 아까 전에 적을 향해 쏘았던 육혈포를 꺼내들었다. 그 동작에 깜짝 놀란 한두가 저지하려 했지만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막을 수가 없었다. 승객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어서 그 장면을 본 사람도 들은 사람도 없었다.

그는 육혈포 구멍을 설의 목에 갖다댔다.

"선택하십시오. 당신과 당신의 약혼자, 그리고 이 기차에 탄 사람 모두의 목숨을 버리...아니..."

그의 목에도 서늘한 무언가가 닿아 있었다. 그리고 목 아니라 허리께에도.

"고상한 숙녀분을 위협해서야 쓰나."

여전히 사투리가 섞인 일본어로-저번에는 대륙어 사투리였지만 지금은 일본어 사투리였다.-한두가 감자 깎아먹는 단검을 우정의 목에 갖다댔다.
그리고 허리께, 급소 가장 가까운 위치에는 순수한 모던 걸이라 불린 설이 은장도를 갖다대고 있었다.

"이대일입니다. 포기하세요."

차가운 목소리로 설이 말했다.

"당신에게 내 매력을 하나 더 가르쳐 줄 수 있어서 기쁘군요. 단호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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