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역사에 도착하자마자 돈 얼마와 함께 역사의 요릿집에 편지를 맡겼다. 그리고 다시 기차로 돌아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도 하선생은 계속 자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자고 있는 동안 대답을 미룰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이번에는 계모에게 가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 편지는 아마 다음 역에 다른 편지들과 함께 부쳐질 것이었다.
[어머니, 솔직히 말씀드리겠어요. 저는 그분과 반도에서 혼인하려 했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 사실을 밝혀드릴수 밖에 없겠네요. 그동안 그이는 대륙에서 이름을 떨치는 분이 되셨고, 저와 혼인할 의지가 없으신 거였어요...
지금 반도로 간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사실 전 종점까지-그러니까 반도까지-갈 생각이 없습니다.
아마 편지를 받으실 때쯤이면 저는...]
그때 한두가 다시 1등칸으로 돌아왔다. 그는 애초에 떠난 적도 없는 사람인양 자고 있던 하선생옆에 다시 앉았다.
"3등칸으로 가신다더니?"
설의 물음에 한두가 말했다.
"자리가 없다고 쫓겨났습니다."
그의 말에 설은 잠시 안도했다. 한두가 하선생과 그녀의 사이에서 완충제 작용을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걱정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두는 마치 몇시간만에 물을 꼭 짜내버린 행주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모가 부쳐주는 적은 돈으로 수녀원에서 도둑생쥐같이 음식물을 몰래 훔쳤던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요기는 하셨나요?"
그녀의 말에 그가 머뭇거렸다. 사나이의 기개를 이 여인앞에서 꺾어야 한단 말인가?
"...풀빵으로 했습니다."
반쯤은 솔직하고 반쯤은 기가 빠진 모습으로 그가 대답했다.
"삶은 달걀을 저번 역에서 샀는데 좀 드시겠어요?"
그녀가 자그마한 가방에서 삶은 달걀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비싼 달걀을! 하면서 한두는 받아들었다.
"...걱정 마십시오. 다 잘 될 겁니다."
제국어로 그가 설에게 말했다.
"예?"
설의 말에 한두가 말했다.
"아니, 얼굴이 많이 안되어보이셔서요...뭔가 걱정이 있나하고..."
그의 말에 설이 얼른 차창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그 오랜 시간의 기차여행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은 그녀 스스로 보아도 초췌해보였다.
"아니, 아무 일도 없어요..."
그녀의 부인에 한두가 한숨을 푹 쉬었다.
"오래 기다리지는 마십시오."
하우정이 못 알아듣는 대륙어 사투리로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가 있었던 수녀원 지방의 말이었다.
"....."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한두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설. 이제부터 이 편지를 전하는 사람과 함께 행동해주시오.]
그것은 그녀가 기다리던 백명의 약간 기울어진 글자가 쓰인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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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앞뒤 내용이 살짝 꼬이는 부분도 있습니다...기본틀은 짜놓긴 했는데 꽉 짜놓으면
꼭 항상 탈이 나서...이번에는 조금 느슨하게 했더니 설정구멍이...;;;;;;;;;;;
내용이야 독립군 이야기를 하면 거의 비슷해지는 법이니...(영화 암살은 보지 못했는데 오늘 검색해보니 조금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더군요...이를 어쩌나...난 한번도 본 적 없는데 그 영화는..영화 아가씨 트레일러야 닳을 정도로 보고 또 봤지만.)
하여간 최근에 살짝 탈이 나는 것 같아서 한동안은 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매일매일 쓰려고 노력했는데...(모퉁이의 외로운 맛 아이스크림 가게도 그래서 좀 오래걸리는 중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