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그녀가 돌아온 후 자신의 옆의 빈자리가 있다는 걸 깜박했다. 그러다가 1시간이 지난 후에야 한두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조금 부아가 치밀었다. 역에서 직원들이 그에게 신신당부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그녀에겐 그보다는 한두가 더 친밀한 관계라는 것도 그의 부아를 돋구웠다.

"한두씨 어디 갔습니까?"

그의 질문에 여전히 성모송을 읊조리던 홍설이 성모송을 그만 읊고 그를 쳐다보았다.
말간 눈동자.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고요한 그 모습이 우정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걸 왜 제게 물으시죠?"

"두 사람이 같이 나가는 걸 봤으니까요!"

그의 말에 그녀가 피식하고 웃었다.

"팬하고 계셔서 잘 모르시는 줄 알았더니 보고 계셨군요."

그 표정에서는 조금이라도 하우정은 마음에 담고 있는 느낌이 있었다. 그녀는 어떤지 몰라도 우정은 감을 잡았다.
이 여자도 조금은 나를 신경쓰는군...약간이지만 가능성은 있겠어..라고.

"어디 갔습니까? 그 사람?"

"...3등칸에 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답한 순간의 그 멍한 눈동자...그걸 보고서 하우정은 그녀가 처음으로 민족의 현실을 마주했음을 깨달았다. 그랬을 것이다. 계모의 계략으로 먼 곳으로 보내진 그녀는 귀족으로서의 교육만 받았을 것이다. 현실을 한번도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데려와야겠군요..."

"왜요?"

그녀의 반항기 섞인 말에 그는 마치 조카를 어르는 삼촌처럼 조금 엄하게 말했다.

"부탁받았으니..누군들 좋아서 그러는 줄 아시오?"

"남은 신경 안 쓰는 분인줄 알았어요. 오로지 글, 오로지 여자, 오로지 제국."

그녀의 말에 우정은 움찔했다. 그녀가 자신을 담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였던 걸까...

"나는..."

그가 말을 이으려한 순간 문이 열리면서 한두의 얼굴이 보였다.

"김군! 어디 갔었소!"

한두가 들어서자 우정은 그를 질책했다.

"3등칸이 다 차서...그것보다 1등칸에 의사 선생님 안 계십니까? 2등칸에도 없어서 들어온 겁니다!"

"의사?"

우정의 말에 한두가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초조한 얼굴로 외쳤다. 

"3등칸에 지금 임산부가 위험합니다! 의사 안계십니까!"

"조금 있으면 역이 나올 거요.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 걸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마시오! "

우정의 질책에 한두가 말했다.

"당신의 공상같은 글보다 더한 현실입니다! 도와줄 생각 없으면 방해하지 마시죠!"

"2등 국민을 도와줄 1등 국민이 있을 거라 생각하오?"

그 순간 홍설이 벼락처럼 일어나더니 한두의 옆에 서 있던 우정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쫙!

하는 소리와 함께 우정의 고개가 반대편으로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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