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나라를 구하기 위한 영웅이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지만 기억은 하지 못했다. 다만 아버지가 잠시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 기차를 따라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아버지는 대륙과 대륙을 지배하는 섬을 증오했지만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는 어머니의 말에는 순순히 따라주었다.
그래서 김한두는 반도어를 잘 하진 못했지만 섬언어와 대륙의 언어에는 능숙했다.
"시간이 늦군요."
김한두는 역무원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 아닙니까?"
"...글쎄올시다."
역무원은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 플랫폼에 서 있는 승객들은 마치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고 불안하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 기차를 놓치면 다음 대륙횡단 열차를 타는 건 일주일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1등객 승객들과, 역무원들은 알고 있었다.
반도의 혁명분자, 김진좌가 이 기차를 털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하지만 피해는 미미했다. 김진좌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기차를. 털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금괴가 실려있다는 정보는 알려져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게 미끼라는 것을 김진좌도 알고 대륙 괴뢰국의 국군들과 섬의 정찰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왜 김진좌는 군대를 이끌고 오지 않고 소규모 병력으로 기차를 압박했을까? 그리고 왜 병력을 더 보충하지 않고 그냥 도망갔을까?
"아, 저기 기차가 오는군요."
최대한 말꼬리를 돌리려고 애쓰며 역무원이 말했지만 김한두는 말을 썩둑 잘랐다.
"저건 엔시로 가는 석탄열차잖습니까."
"아, 그렇습니까?"
역무원은 젊은 놈이. 눈이 너무 좋군. 라고 투덜거렸다. 물론 대륙어로 한 말이지만 김한두는 다 알아들었다.
"혹시 김진좌가..."
그말을 다 하기도 전에 역무원이 끔쩍 놀라면서 김한두의 입을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막으려고 했다.
"반도놈의 이름을 여기서...!"
이번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킨 것은 김한두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대륙어로 외치면서 역무원을 바닥에 메다꽂아버렸다.
"내가 장군의 아들이다!!"
그리고 섬제국어로 다시 한번 말했다.
"내가 장군의 아들이라고."
그리고 장군의 아들이라는 외침이 의미심장함을 가지기 전에 기절한 역무원때문에, 김한두는 자신의 정체를 장렬히 밝히지도 못하고, 꽁꽁 묶여서. 역사에 갇혔다.
기차가 도착한 후에는 역무원을 기절시킨 폭행손님으로 찍힌 나머지 3등칸에는 가지 못했다. 대신 하선생이 있는 1등칸 옆자리에 악덕폭행범으로 감시를 받으며 대륙횡단 열차에 올랐다.
"하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남는 손이 없어서...잘 부탁드립니다."
"아, 별 말씀을."
"읍읍읍!"
"젊은 친구도 1등석이 더 편하겠죠. 제가 잘 돌볼테니 걱정마십시오. 재갈은 풀어줘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읍읍읍!"
"그건 하선생님 재량에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 역장의 두터운 신뢰를 뒤로 하고 대륙횡단열차는 이 이야기의 주역들을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