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동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어머니가 가끔 생각나긴 했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순간 돌아갈 순 없었다.우린 이미 가족이니까.
나는 출산후 찐 살이 잘 빠지지 않는데다가 아직 어려서 다른 남자들의 작업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남편의 주장에 따라 주로 위층에 있었다. 남편은 서빙을 주로 했는데,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좋아했다.
나는 가끔 생각했다. 잠시의 실수로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망친 게 아닐까.
특히 남편은 공부를 꽤 잘한데다가 꿈도 많았다. 그런 사람을 단지 아기가 생겼다는 이유로 붙잡아둔게 잘한 일일까?

2주가 넘었는데도 아저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자주 오는 투덜이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잠시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어서, 멀리 도망가버린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마치고는 할아버지를  붙잡고 미성년자 근로기준법을 중얼거리곤 했는데, 할아버지는 싱긋 미소지으면서 근로시간을 알려주었다.그리고 내가 아는 한, 남편의 근로 시간은 그리 길진. 않았다.
법적으로 할아버지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우리였던 것이다.

"이렇게는 아무래도 무리인것 같아."

3주째 되던 날 남편이 말했다.

"응?"

"너도 알지?"

"뭘?"

"우린 지금 다른 사람의 호의에 빌붙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

"우린 쉽게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어."

"도망가지 말았어야 했어. 맞아."

꽤 사는 남편의 집에 비해 우리집은 빈민에 가까웠다. 서민이 아니라 빈민.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재산만으로, 사는 곳만으로 손도 대지 못할 바에야...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우리 셋에게 독으로 작용한 건 아니었는지...

"괜히 당신을 붙들었나봐."

"아니야."

일하는 동안 남편은 동년배들이 열심히 웃고 떠들고,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싱그럽고 걱정도 없어보였다.

"다시 공부하고 싶지?"

"음...너도 다시 교복입고 싶잖아...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몸이 많이 불어서, 예전의 얄쌍한 각도가 안 나오는 게 흠이긴 하지만 나는 아기가 너무 좋았다. 내가 낳았지만 어떻게 태어났는지...참..
볼살이 터질듯한 아기의 볼.  그리고 아기 특유의 젖냄새.
물론 아침이고 저녁이고 칭얼댈때는 정말 지옥이 눈앞에 보이는것. 같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울음소리도 잦아들었다.  이젠 점점 유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차라리 싸우지그래?  라고 누군가는 말하리라.
그래. 그 경찰 아저씨가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인상사납고 경찰덕후 놀이한다는 말 듣던 그 아저씨 말이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아저씨가 말했다.

"너, 누군가의 발을 잡고 있다고 생각 안 해봤냐?"

"......"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누군가를 의지하는 건 좋아. 하지만 아기를 핑계로 발을 잡으면 안돼."

그. 순간 내 속에 있던 음침한 늪이 폭발했다.

"아저씨가 뭘 알아요!  누가 발목 잡혀 있는데!!  나도 이 나이에 아줌마는 되고 싶지  않았다고!"

쨍그랑.

그리고 남편이 바닥에 떨어진 접시르 깨다가. 손목을 긁혀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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