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까지는 아니었지만 짬이 나면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 자주 들렀다. 주변에 있는 여중의 아이들은 우리 아기가 마냥 귀여운지 우리 주변에 자주 둘러 앉았다. 나이가 몇살 차이 나지도 않는데 나는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물론 지금같지는 않았다.

"야, 저기 좀 봐. 우리하고 별로 나이가 차이 난것 같지도 않은데..."

"아, 아기다. 만져보고 싶어."

수군 거리는 소리는 친절하게 대해주는 아저씨때문에 깨졌다. 아저씨는 몰랐는데 보기보다 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5살짜리 단골 아기는 아저씨 바지에 몸을 기대기도 했다. 그 엄마는 그 아기가 보기보다 까탈스럽고 낯을 가린다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 아이스크림 가게의 주인은 노인이라고 했는데 그 할아버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첫날 봤던 그 인상 사나운 아저씨가 자주 들릴 뿐이었다. 왜 그렇게 인상이 사나운지 모르겠다. 얼핏 보면 평범한 얼굴인데...

"저 순경 아저씨 조심해. 언니. 어, 언니도 그런 경험 있어? 우리한테만 소리지르는 줄 알았더만..."

자주 다니다보니 인사할 정도는 되었지만, 우리의 어색한 인사에 그 경찰 아저씨의 반응이란...

"흥!"

이 정도랄까. 그나마 우리 사정을 이해하는지 가끔 아이스크림 값을 내주기도 한다.

"조심해서 다녀!"

"네에~"

보기보단 귀여운 구석도 있다.

그런데 한동안 불안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의 보금자리에 가끔 누가 문을 따고 들어왔는지, 저금통 배가 따져있고, 구석에 놔둔 노트북이 사라진 것이다. 열쇠를 가진 사람은 우리가 단데, 주인은 모르겠다고만 했다.
그리고 월세가 몇달 밀렸다며 다음달에도 밀리면 나가라고 했다.
결국 우리는 고시원으로 가기로 했다. 고시원에 가면 아기 우는소리에 다들 싫어할텐데...

그 이야기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했더니 순경 아저씨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참견을 했다.

"요즘 유괴당한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 애기가 몇개월이지?"

"9개월요."

"조심해. 고시원보다는 들어가기 좋은 쉼터 하나 소개해줄까? 차라리 그리로 가."

"......"

"아빠하고는 헤어져야 될 거야."

경찰 아저씨가 말했다.

"미혼모만 받아주니까. 너네 아직 혼인신고 안 했을거고."

"...네. 감사합니다.하지만..."

"뭐, 강요는 안해. 근데 니들 이렇게 될 줄 알고 낳았냐? 낳았으면 책임을 져. 아니면 차라리 아기 잘 크라고 입양을 보내던지."

"네..."

생각해보기로 하고 서빙하는 아저씨가 올때까지 기다렸다. 순경 아저씨는 이번 계산은 자기가 해주겠다고 마음껏 먹으라고 했지만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순경 아저씨의 눈빛때문이었다. 뭔가 기분 나쁜 것을 보는 얼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를 속이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하는 그 눈빛이...묘하게 기분이 안 좋아졌다.
결국 서빙하는 아저씨가 오지 않아, 우리는 계산대위에 2400원을 내고 초코 바닐라 아이스크림 반통을 먹었다.
그리고 나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상훈아! 상훈아!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우리 애기 좀 찾아줘요!"

그 말에 경찰 아저씨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막 달려나가려는 순간, 서빙하는 아저씨가 뭔가를 보고 도망쳐오기라도 한 듯, 경찰 아저씨왜 맞닥뜨렸다.
경찰 아저씨는 서빙하는 아저씨를 노려보고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재차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물론 계산은 하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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