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늘 자전거를 탔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다가 엎어지기도 했지만, 좋았다.
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그때뿐이니까.하지만 항상 순간만을 생각했지 영원을 생각하진 않았다.

"애기가 생겼어."

내 말에 그는 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날 꼭 안아 주었다. 애기가 태어나기 6 개월 전, 나는 집을 나와 그의 자취방으로 옮겼다. 그의 자취방이라고 해봤자 옥탑방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우리는 자잘한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생계를 이어갔다. 추운 집에 아이를 둘 수가 없어서 따뜻 한 곳으로 옮겨 옮겨 다니는 것도 한계였다.  그때 그 가게를 발견했다.  우리가 졸업한 중학교들이 있는 곳.

"어, 아직도 있네?"

그가 살짝 날 찔렀다.

"우리 여기 한번 들어가자. 여기라면 손님도 별로 없으니까 나가라는 말도 안 할거야."

"...괜찮을까?"

딸랑 문 소리를 내면서 들어가자, 전에는 못  본 약간 그늘진 인상의 아저씨가 나왔다.

"2명? 아니...3명?"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장 따뜻해 보이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아이스크림 괜찮겠어?"

그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돈이 별로 없었기에 제일 싼 걸 시키기로 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1인당 800원.  1인분으로...

의외로 가게에는 꽤 많은 손님이 있었다.
새까만 얼굴의 경찰 하나와 구석에서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노인 하나, 그리고 막 학교에서 나온 선생님...
남편은 그 선생의 얼굴을 보자마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저 사람, 재작년에 우리 담임..."

"허억!"

"소리 내지마. 들키잖아.  우리 집 나온 거 알면 집으로 연락할거라고..."

그렇게. 서로 말을 하고 있는데. 서빙하는 아저씨가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통을 들고 우리쪽으로 왔다.
1컵 시켰는데 베스킨라빈스 기준으로 한통이었다.

"남으면 포장해줄게."

아기가 울었다. 기저귀도 가지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저귀를 갈았다.그때 그 순경이 우리쪽을 노려보았다.

"여기가 너네집이냐?"

적의에 가득 담긴 눈빛.

"애들은 학교에 다녀야지. 애를 싸지르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걸하나?"

"아저씬 뭔데..."

욱하는 남편을 말리려고 애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린 아직 미성년자니까.

"대들어?미성년자면서 낮부터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야! 너 주민등록번호 대!!"

"잠깐만요.  선생님..서장님 전홥니다."

빙하던 아저씨가 재치있게 말을 끊었다. 그리고 웃었다.

"서장님이 전화하셔서 초코 바닐라 아이스크림 1통 사오라고 하셨네요...포장해놨는데  가져가셔야죠?"

"흥!"

그 순경은 신경질이 났는지, 그 아저씨가 포장해준 아이스크림 한통을 들고 문을 거칠게 밀고 나갔다.

"얘들아. 어른한텐 그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거 아냐."

우리를 못 알아본 듯 한 선생님이 마무리했다.

"여, 강선생. 잘 먹고 가네. 나중에 주인장이 오면 아드님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전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교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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