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축은 운룡의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유언대로 그저 날붙이인 검을 하나 지니는 것이 나을 성 싶었다. 진상품으로 올리기에는 기가 센 검이었다.

"일도일도."

중얼 중얼 거리면서 떠드는 부하때문에 헷갈려 죽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안 데려올 순 없었다. 그는 한마디로 황후가 뒷배경인 황후의 먼 친척이었다. 원래 금속공예에 탁월하다고 소문난 천재였다.
지금의 숭문사를 만든 인물이기도 했는데 너무 잘 만든 나머지 한쪽 손이 베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것은 본인과, 황후와 황제와 미축뿐이었다.

"조용히 하게 . 명."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재주가 하나 있었으니, 그는 일명 산군이라고 불리는 무리 중 하나였다.
말을 타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를 타고 다니는 비검쟁이.
비검도 검이기에 검사라 불러야 마땅했으나, 명은 항상 쟁이를 붙여서 자기를 표현하곤 했다.

그런 그도 좀 있으면 사관직에 올라야. 했기에. 이어경을 항상 외울 수 밖에 없었다.
이어경은 두 단어로 된 경전으로 일어경만큼이나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경전이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일어경은 그저 교양으로만 여겨졌으나 이어경은 사관으로 올라가려면 절대 거쳐야 할 관문이기에 명은 계속 산만하게 이어경을 읊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산군은 데려오지 않았나?"

"호랑이굴에서 자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안 불러도 될 듯 합니다."

"으음...언제쯤 다시 움직일수 있나."

"고기를 맘껏 먹고 소화시키려면 한 삼일쯤 걸리겠지요. 못 기다리시겠다면 절 타고 다니셔도 됩니다만."

"됐네. 한쪽 발이. 잘린 호랑이를 타고 다니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패설사관청에는 미축이 한번도 만나지 못한 청장이 있었고, 그 밑에 다섯명의 사관이 있으며. 그 밑에 또다시 서른명의 시관이 있으며 그 밑에 육십명의 재인이 있었다.
시관은 일반적으로 상소문을 올리는 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요점을 정리하여 사관들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했으며 육십명의 재인은 제국 전체의 희한한 재주를 가진 자들이었다.
사관들은 일반 역사를 다루기도 했지만 주로 재인들과 짝을 이뤄 괴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명은 재인으로 시작해 시관으로 오른 인물이었다. 황후는 몰랐겠지만 미축은 그를 보는 순간, 그가 재인의 상을 지닌 걸 알아보았다.

처음에 미축이 그를 추궁했을 떄 명은 거짓말을 하다가 몇년만에 꼬리가 잡혀 미축의 일반 업무를 떠맡는 부하가 되었다. 

"그나저나 진짜 산에 있을까요? 전 기척을 못 느꼈습니다만.."

"용은 산과 구름 사이에 있다..."

미축은. 옛 시를 읊었다.

"산도 아니고 구름도 아니라는 거지."

"일어경입니까?"

"아니. 구경일세 . 들어본 적 없는가? 산도 아니고 구름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니며 새도 아니다. 인간이기도하나 인간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용이다. 그 모든것이 가능한 존재. 그것이 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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