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가라...
싸이의 노래를 배경으로 깔면서 삼촌은 발가락으로 요가를 시연했다.
저런 유연성이면 확실히 어디가도 한판은 벌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 아버지의 구박을 견디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삼촌, 요가 학원 차릴 생각 없어?"
내 말에 삼촌은 연체동물처럼 유연한 몸놀림을 보이면서 말했다..
"등록부터 해야되잖냐. 돈 없다. 귀찮구."
"....아부지는 삼촌이 취직만 하면 업고 다닐거라던데."
"흥. 형같은 늙다리가 날 어째 업어."
다리밑에 얼굴을 놓고 하는 말 치고는 천하 태평이다.
"내가 보기엔 삼촌 적성은 요가인것 같아."
"도인하려면 어렵진 않아."
"......"
한숨을 쉬는 내게 삼촌이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늘 하는 이야기였지만 오늘은 거기서 살이 더 붙었다.
삼촌이 요가를 하지 않는 건 인도에서 진짜 요기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때 삼촌은 대학가에 도는 적게 먹고 잘 사는 법에 심취했다고 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자본주의가 차려놓은 조그만 밥상이라고 생각했던 삼촌은 여기저기 말썽을 피우며
지냈다.물론 말썽을 피우는 건 술마시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 말마따나
"안 그래도 골 아픈놈이 술까지 퍼먹었음, 내가 어매 보기 그래도 내 손으로 때려잡았을 거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 모든 자들이 환생으로 모든 것으로 견뎌낸다는 인도였다.
내생을 믿기에 자본주의에 잘 따라가지 않는다는 겉보기에 현혹된 학생들이 치기에 못 이겨 떠난다는 곳.
그렇게 당시 배낭여행붐을 이용해 삼촌도 잠시나마 인도로 향했다.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나 그 밖의 다른 곳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삼촌은 해주지 않았다.다만 가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구경 한 썰이나 풀었을 뿐이었고, 그나마도 그건 다 거짓말로 판명이 되었다.
"인도에서 도인 되는 법 배워온거야?"
내 말에 삼촌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도인이 되었으면 내가 여기 있겠니?"
삼촌의 말이 이어졌다. 본인은 본토박이 인도 요가를 배웠지만 그건 소화불량에나 도움되지 돈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요가를 종류별로 다 통달했는데, 실용성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삼촌은 잠시 망설였다..
"너, 내 가방에 들어있던 도마뱀들 기억나냐?""
"...엄마가 냄새난다고..."
가방을 털자 와르르르 먼지와 함께 아마 삼촌의 요가스승들이 선물로 준 듯한 두텁한 책과 도마뱀 12마리가 굴러 떨어졌다. 도마뱀들은 삼촌 뒤로 나란히 도망쳤고, 삼촌은 아버지에게 수족관을 빌려 도마뱀들을 키웠다.
삼촌의 애완동물 키우는 실력이 없어서 그랬는지, 한마리 두마리 죽더니 그 이후부터는 어머니가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남은 10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삼촌은 느긋하게 수족관을 보더니 말했다.
"득도들 하셨군."
"그래서?도마뱀 안 불쌍해?"
"....설마.짐덩이를 좋아하는 수련자는 없다. 이로서 한 겁 벗은 거지."
삼촌은 다시 우두둑 몸을 꺾었다.삼촌의 말은 이어졌다. 인도에서 유명하다는 요가선생들을 따라다니며 요가를 배웠지만 대부분 요기들은 별 다른 말 없이 행동으로 수련을 했다고했다.
근육으로 달성하는 도...
삼촌은 의외로 스마트한 타입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모신 12명의 요기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스승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12명의 요기들이 입을 열었다. 우리도 가끔 텔레비젼을 본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잘 산다면서.
그럼 우리를 데려가주지 않겠나
삼촌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요기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가시려고요?"
요기들은 표정없이 삼촌의 배낭을 가리켰다.
"그렇게 해서 12명의 요기들은 자본주의의 애완용 도마뱀이 되었지. 아님 뱀탕 재료로 들어갔던지."
"...삼촌..."
아버지한테 들려주면 아버지는 틀림없이 삼촌의 어깨를 탁 치면서 이렇게 말할 게 틀림 없었다.
"네가 맘 고생이 심해서 드디어 돌았구나."
"근데."
삼촌은 연체 동작을 다시 시연하면서 말했다.
"내가 인도에서 도마뱀들을 원없도록 구경하면서 느낀 건 꼬리를 언제건 떼놓고 도망갈 수 있다는 거지."
"......."
"도마뱀은 비정한 파충류야. 기르기도 힘들고...하지만 본인은 마음이 편할 거 같다. 그러고보니 한마리 더 키우고 싶은데?"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삼촌방을 열었다.
삼촌이 그 전날 밤, 갖다놓았던 12마리의 도마뱀이 있었던 수족관 안에 조금은 퉁퉁하게 생긴 유연한 도마뱀 하나가 혀를 낼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책상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간 장학우, 자본주의에서 도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