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따지자면 도미는 귀한 선물이었다.  도미는 엄청나게 컸지만 볼살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볼살만 올린 밥상을 받은 그는 그제서야 그 자리에  앉은 것을 실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허어.. 호사스럽군요."

"별 말씀을..."

바둑계의 거성. 젊은 나이에 9단을 얻은  그는 바둑계와 계속 충돌을 해왔지만,  가끔 물심에는 마음이 약해지곤  했다. 상대가 어떤  무기를 들고 올지 몰랐지만...젊으니 알 턱이 없었다.

"9단. 혹시 사귀는 여성이 있습니까?"

그 말에 25세의 9단은 잠시 오물거리던 입을 멈췄다.

"사귀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연을 하나 놓을까 합니다만."

상대는 재벌그룹의 접대를  맡은 상무이다. 어지간한 상대를 데려올리 없다. 9단은 호사스러움을 먼저  맛본 후 이내 그 자리의 무거움도 실감했다.

"아, 나갈 것을 괜히 들어왔군요."

25세의 9단은 한숨을 쉬었다. 9단에게는 물론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귀는 여성이 있었다.
부모가 심하게  반대하는  통에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몰래 사귀고 있었다.
30세가 되면 결혼할 생각이었으므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9단은 그저 좋을 뿐이었다.

"사귀는 여성이 있습니까?"

재차 질문이 들어왔다.9단은 망설이는 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까? 그러면..."

그리고 1년  후 9단은  상무가 권해준 여성과 결혼을 했다. 
30세가 되던 해, 9단은 웬만한 바둑대국에서 연승을 올렸다.

"연승 축하합니다."

마주선 자리에서 9단은 씁쓸하게 웃었다.아내가  출산때문에 병원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도 9단의 연승은 계속 이어져갔다. 다만 한 여성을 만나기 전에는..

"다만, 나하고 두는 것이니 연승은 이제 끝난 거죠. 그렇지 않나요?"

손미정 8단은 9단보다 2년정도 입단 일자가 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차분하게 승급해 이제 10대국만 승리하면 9단 승급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내가 이길텐데. 쓸데 없는 설레발을..."

9단의 다소  무례한 말에 그녀는 생긋  웃었다.

"이번에 아기까지 얻으면 당신은 정말 행복하겠네요."

그 경솔한 성격탓에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은 9단을 비웃는 듯 했다. 9단이 냉랭하게 대꾸했다..

"그렇게 좋으면 당신도  한번 해보지 그래?"

"...어머. 혀에 침도 안 바르고..."

선수가 정해지고 두 사람은  반상에 바둑판을 응시했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처음으로 9단이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입회인이 있기에 더 이상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달그락 거리는 바둑돌소리가 이어지고 좀 있다가 결판이 났다.

손 8단 승

그리고 10분후 9단의 아내가 무사히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화로 전해져왔다. 9단의 연승 행렬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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