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어전에서 일어나는 비무야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오늘은 더욱 특이했다.
용가에서 올라와야 할 진상품들은 모두 하품이었고, 용가의 가주는 갑자기 하늘로 날아올라가 사라졌다고 하니
황제의 심기가 좋을리 없었다.
늘 용가에 대해서는 듣기 좋지 않은 이야기만 들려왔다.
황후의 심기도 그다지 좋진 않았다. 전설속의 여황제가 그녀가면 그녀의 조카는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했던 것이다. 눈치없는 미축을 보는 게 탈이었을까...하고 황제와 황후는 생각했다.
일어경을 읊조리고 있는 미축은 아무 생각도 없이 비무를 지켜보았다.
소녀들의 어전시합이었다. 얇은 비단천을 상대에게 휘두르며 검을 날린다. 쌍검으로 겨우 막아내고 다시 반대편 소녀가 비단 채찍으로 상대를 겨냥하면서 장검으로 공간을 가른다.
신발은 잘 만들어붙인 진주로 되어 있고, 대모로 된 검집을 두른 그녀들은 잘 만든 인형같았다.
그 검이 그녀들에게 쥐어졌다면...
미축은 고개를 저었다.
저 인형들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황제와 황후는 피를 멀리해야 하기 때문에 검을 들 수 없었다. 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 대신 황제의 검을 옛 황제시절부터 쓰던 인형에게 맡겼다.
"비도 천공. 쌍검 자야."
중얼중얼거리면서 황제는 손을 들어 인형들을 멈추게 했다.
"잠깐만 봐도 알겠군. 그래, 비룡, 그대의 친가의 수장은 겨우 이런 걸 만들어놓고 도망갔단 말이오?"
"...그저 말씀드리기 송구하올뿐."
"미축에게 맡겨야겠군. 검문제는 검을 쓰던 자가 다루는 것이 맞는 게요."
"예. 폐하. 신 미축 준비되었사옵니다."
"황가의 검과 새로운 용가 가주를 불러오라...그리고 사라진 가주는 숭문사에 억류시키도록."
황제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미축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새 가주가 있을 리 없다. 용자가 붙은 직계는 이제 황후밖에 남지 않았다.
당연히 황후는 황제의 아내이므로 성이 말소되었다.
그렇다면 황제는 그 검에 대해서 뭔가를 아는 것이다...
패설사관도 파고들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무언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