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교과서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선생님, 차에 치인 환자가 왔는데요...
그  학생 아버지가 데리고 왔어요.얼른 수술 준비를!! 알았어! 이 수술은 내가 집도한다! 막 메스를 드는 순간 의사가 말했다! 내 아이잖아!
지금은 케케묵은 농담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꽤 급진적인 농담이었다.
근데 이 농담이 현실이 될 줄이야...

"수술 결과는?"

난  대기실에 있다가  아내에게 물었다.

"잘 끝났어."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너무  긴장하는 것 같아."

"당연하지."

"이마를 좀 꼬맸을 뿐이야."

"여자애니까."

내 말에 그녀가 쿡 하고 웃었다. 순간적으로 손이 떨려왔다. 그녀가 웃은 것이 먼저인지, 내가  손이 떨린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여보, 나도 옛날에 얼굴 꼬매봤거든, 의외로 별거 아냐."

"....."

이건 얼핏 들으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복수의 시작이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고차량은 어디 갔어?"

"도망쳤어."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뺑소니 차량이야?"

"음....."

그 차의 운전자의 얼굴은 잘 기억하고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니까.
20년전.  그녀를 친 운전자.
내 아내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고, 그리고 내 딸의 얼굴에 상처를 남긴 그 얼굴을 어떻게 잊겠는가.

그러나...이 일은 경찰에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된다.
번호판을 외워서 신고할 수도 없지만, 신고해서도 안된
이 문제는 오롯이 그 자와 나와의 관계에서만  해결되어야 한다.

"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과거에 그녀가 차에서 운전하다가 그 차에 치여 얼굴을 차 창에 정면으로 박은 것을 기억했다.
첫  데이트였는데, 그녀는 차에 이마를 찍혀 고통스러워했다. 엄청난 양의 피가 차 시트에 얼룩을 남겼다.
내가 결국 책임을 지고 결혼했을 때, 그 자는 마치 음화된 영상처럼 결혼식장에 스르르 나타나 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다만 남아있던 것은 부조봉투안에 들어있던 섬뜩한 글,

[네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네가 그녀인지, 나인지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닌 것 같다. 그 자의 얼굴을. 그 얼굴을.. 그 뱀같은 얼굴을 알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으니까.

"여보, 무슨 생각해?"

그녀가 어깨를 툭 쳤다. 항상 남자같이 동작이 큰 그녀답다고나 할까.

"들어가자. 은혜 맛있는 거 사줘야지."

"음."

나는 무겁게 자리를 일어났다. 그 애의 얼굴을 어떻게 볼 건지  답답한 마음이었다
앞으로의 복수극은 그 애의 얼굴에 일어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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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뭘 부인하겠습니까. 저 좋아합니다. 복수극...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림자의 햄릿을 잠시 쉬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이 얼마나 계실런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한동안 손이 안 나가서 많이 날렸습죠. 시간을...
드디어 안되겠다싶어서 슬슬 시동을 걸고 있긴 하는데...손맛이 영...
이건 그래도 조금 마음에 드는군요. 또 상만 하다가 날리는 거 아닌가 불안감이 들긴하지만...
저 앞의 농담은 아시겠죠? 중학교 교과서에 대한 오마쥬! 응답하라 199#!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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