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에 혼자사는 큰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돈도 많고, 마당도 너른 집에서 살았지만 그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어요.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그런 어느 날, 제비 한쌍이 그의 집 지붕밑에 둥지를 지었어요.
그리고 새가 벌레를 물어오는 기분 좋은 봄날에 조그만 요정이 찾아왔어요,
"여긴 정말 넓구나. 제비야. 태워다줘서 고마워."
그래요. 제비가 씨앗위에 앉은 요정을 태워다 준 것이었죠.
솜털처럼 작았기에 큰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방안을 구경하던 요정을 밟을 뻔했어요.
요정이 조그만 소리로 항의하자 큰 사람이 말했습니다.
"여긴 내 집이야.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
그래서 요정을 문앞에 두고 문을 쾅!ㅘ고 닫으려 했지만 요정이 너무 작아서 문틈새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어요, 요정은 달콤하고 고운 목소리로 "네 집에서 살게 해주면 네가 싫어하는 것들이 작게작게 네 눈에 보이지 않게 해줄게."
듣고보니 좋은 말인것 같아서 큰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부터 요정은 큰 사람의 집에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했습니다.
쇼핑센터에 큰 사람의 발에 맞는 구두 찾기, 옷 정리하기, 청소하기 등이요.
항상 후줄근한 옷만 입던 큰 사람이 맞는 옷을 입고, 예쁜 신발을 신자 조금 작고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옷만 바꿔입는다고 그렇게 달라보이진 않았을텐데...
요정은 큰 사람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해주었습니다. 큰사람의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 출금하기, 설거지, 거리에 나가서 장보기. 요정은 아주 작았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큰 사람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요정은 그들이 큰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돌아온 요정은 큰 사람에게 그들이 세상에서 하는 일들, 말들을 모두 전해주었지만 큰 사람은 슬픈 얼굴로 어깨를 오그렸을 뿐이었습니다. 기분탓이었을까요? 큰 사람은 조금 더 작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어요.
요정이 큰 사람의 집에서 산지 1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큰 사람도 요정을 위해서 조그만 집도 지어주고, 텃밭도 길렀지요. 요정이 좋아하는 달콤한 바나나와 멜론을 사러 가까운 거리 정도는 걸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요정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쌓아놓았던 일거리들도 점점 빨리하는 법을 배웠지요.
그렇게 그렇게 모든 것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큰 사람은 더 이상 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요정보다는 여전히 컸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크진 않았어요.
요정에게 그 일을 말하자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부작용이야."라고 말했을 뿐이었어요.
큰 사람은 이제 요정이 없이도 사람들과 더듬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 사귄 사람 중에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어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알이 좀 작은 진주목걸이를 하기도 했구요. 이 목걸이는 너무 작아서 훗날 그 사람이 고리목걸이로 착각하기했답니다.
어느 겨울날, 요정은 왔던 것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렸어요.
큰 사람은 요정과 있었던 날들이 그저 아득하게만 느껴졌지요. 조금 외롭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외롭지도, 고독하지도, 괴롭지도, 그저 아무생각없이 지내지도 않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큰 사람과 큰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 아기와 함께 큰집, 마당있는 집에서 살게 되었거든요.
모두 행복하게 잘 지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