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했으니 됐어요. 정의씨."

루가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정의에게 말을 걸었다. 정의의 눈매는 흐릿하고 우울해져 있었다.

"그래...너는..."

"남은 건..."

"널 폭행혐의로 끌고 가는 게 목적이었지?"

정의는 온몸의 기운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자신의 머리엥서 피가 계속 흘러내리자 루가는 그를 업고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를 의심하는 의사들에게 둘러 싸였고, 그 사이 정의는 간단한 응급조치를 받았다.

"네."

루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당신이 본대로죠."

"죽였나?"

"아마 더 이상 확인이 안 될거에요."

그 말에 정의가 한숨을 쉬었다.

"거짓말 하는 건 좋지 않아. 루가."

"당신보다는 내가 더 잘 알걸요. 가톨릭 신자니까요. 그렇다고 그 놈을 멀쩡히 놔 둘 수는 없었어요. 그런 놈 처분하나 제대로 못하는 게 어떻게 신인건가요."

"...너한텐 그럴진 몰라도 나한테는...미안하다."

그때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면서 경찰들이 들이 닥쳤다.

"신고받고 왔습니다. 여기 폭행범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루가가 조용히 양손을 들어올렸다. 피가 얼룩져 있는 잠바를 본 경찰들은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루가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 다문화잖아."

"우리나라말은 할 수 있는 거야?"

루가가 차분하게 말했다.

"내 아버지가 누군지는 아는 겁니까? 내 아버지는..."

"네 빌어먹을 아버지가 누군지 우리가 알아서 뭐해. 야! 꽉 잡아. 이 자식 도망칠 것 같아."
"잠깐만..."

병원문이 벌컥 열리면서 이 작은 병원이 흔들릴 것 같은 충격이 왔다. 체중이 제법 나가는 사람이 쿵쿵 거리는 소리리를 내면서 들어온 탓이었다.

"잠깐만..."

"어, 면 서기 아냐. 여긴 어떻게...우리가 먼저야!"

"잠깐만요. 지금 먼저가 문제가 아니라니깐!"

"뚱땡아! 가서 소시지나 마저 먹어!"

왈가왈부가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안 면서기가 급기야 성질을 냈다.

"아이! 내가 무슨 뚱땡이라고! 하여간 그 사람 바로 데려가면 안돼요. 외국인이잖아! 전화 먼저 해줬어야지!"

"전화를 먼저 어떻게 해! 우선 서로 가서..."

"전돈아. 말 계속 할 필요 없다. 이건 윗선에..."

과체중의 면직원옆에서 다른 직원이 와서 그들을 떼어놓았다.

"이 사람은 서에서 데려가면 안됩니다. 이 사람 인적사항을 확인해야..."

"인적사항? 외국인이니까..."

"아니오. 이 사람의 아버지는..."

그 직원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윗선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사람은 모 정치인의 아드님입니다..."

그 말에 병원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당신도 알고 있었습니까?"

면직원의 질문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루가가 피식 웃으면서 대응했다.

"맞습니다. 난 oo당의 당수 호두원씨의 아들, 호루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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