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에 한나는 조용히 고개를 길준의 어깨에 파묻었다. 가볍게 떠는 모양이 비맞은 비둘기를 연상케했다.

"글쎄요..."

한나를 먼저 차에 돌려보내고, 길준은 털보와 털보의 친구인 모 방송국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그들 셋만 알 일이었다. 그 정도로 보안유지를 할 것을 그는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절대로 한나가 연계되어선 안됩니다. 아직 미성년자니까요."

"...정말 이대로 하는 거냐?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

털보의 말에 길준이 고개를 저었다.

"돈만으로는 안되는 게 있더군요. 당신의 펜만으로 할 수 없는 게 있듯이."

"...조심하라고."

털보는 그렇게 말한 후 모방송국의 pd에게 말했다.

"취재는 내가 맡아줄테지만, 그 전에 너도 이 건이 진행되어야 할지 아닐지 먼저 윗선에 타진해봐야 할 것 같다."

"흐음...형이 취재를 맡아준다면..."

고민에 찬 그들을 보며 길준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떻게든 지원한다고 해도 정치계를 저격하는 글은 위험한 법이다. 더더군다나 단순 취재가 아니라 심층 취재라면.

"근데 저 애 이쁘더군."

길준이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pd가 털보에게 말했다.

"그 사람 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데..."

"애가 말하는 거 너 들었잖아."

"형, 타칼로그어 하는 필리핀 여자애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저치가 데려온 여자애하고, 미리 도착해있던 공무원인지 뭔지 하는 여자가 통역했잖아요."

"타갈로그어라...그럼 그 여자부터 찾아봐야겠군...살아있으려나..."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판기를 찾아 헤맸다. 그 넓은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자판기 커피를 찾는게 그들의 성격에 잘 맞았다. 한 15분동안 자판기를 찾아 헤매던 그들은 결국 꾀죄죄한 자판기 하나를 찾아내 밍밍한 모카치노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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