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동안 두 사람은 반짝이는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어느 한 레스토랑 앞에서 멈췄다.
"와, 여기서 식사하는 거에요?"
"음..."
길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나에게 물었다.
"한나, 귀걸이 하니?"
"아. 구멍이 다 막혔을 거에요."
길준은 그말에 고개를 저었다.
"안되겠군."
"뭐때문에 그러세요?"
"이거 오늘 끼워주려고 가지고 온 건데..."
그는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조그만 상자를 꺼냈다. 자그마한 진주 귀걸이가 있었다. 언뜻보면 비싸보이진 않지만 제법 값어치가 나가는 귀걸이었다.
"언제 해도 하겠죠. 저 주세요."
"잃어버릴텐데. 그냥 나중에 하자."
"안 잃어버릴게요."
그렇게 애인처럼 실랑이 하는 두 사람 앞에 한 남자가 나섰다.
"가린상사분이시죠? 선생님이 기다리십니다. 빨리 들어가시죠."
검정 선글라스에 온통 검은 옷.
한나는 잠시 길준의 뒤에 숨었다. 한때 그녀를 데리고 가던 거친 남자들의 복장과 같아서였다.
"무서워할거 없어 한나야."
길준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한나를 끌어냈다.
"저기서 만날 사람은 널 해치지 않을 거야. 아버지같은 사람이니까."
"아버지?"
"음. 그런 사람이야."
"좋아요. 들어갈게요. 하지만 그 사람보다는 저는 당신이 더 좋아요."
"저런. 하지만 첫사랑을 나로 정하는 건 그닥 좋은 일은 아닌걸."
농담하듯이 길준이 그녀에게 말했다.
"위험한 사람은 좋아하는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