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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은 짧게 짧게 끊어서 이야기를 했다. 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했고,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다.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다음에는 자신이 꿈꾸던 일들을 다 이룰 수 있을 거라면서 잠시 방심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내가 살해당했다고...
아니, 그 전에 그녀의 마음이 자신을 배반했다고, 자신은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언니가 그럴 리 없어요.''
은미가 다시금 이야기했지만 길준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다른데 정신이 팔린 사이에 그녀는 다른 이의 연인이 되어 있었다...물론 그 연인인 남자는 그녀의 마음을 사랑했지만...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총을 쏴서 죽였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사랑, 죽여버리자고.
"아니, 이건 소설일 거에요.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은미가 괴로워했다...이건 자신이 동경하고 넘어서고 싶었던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도 믿기 싫은 이야깁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던 이야기죠."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총을 쏴 죽인 여인에게는 다른 야심이 있었다. 그를 통해서 만난 남자들을 이용해서 더 좋은 자리, 돈을 얻는 것...
"당신 용서못하겠어요."
이야기가 끝났을 때 은미는 차갑게 말했다.
"죽은 사람을 그렇게 모독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몽테 크리스토를 흉내내고만 있는 건가요? 이런 이야기로 죽은 사람을...단지 죽은 사실이 애매하고, 살해한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는 해도..."
"당사자한테 들은 이야깁니다."
마치 상한 음료수를 들이키다 비위 상한 사람처럼 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시금털털한 뒷맛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리라.
"당신도 알테죠. 사채시장의 가장 큰 손이자, 당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유병률의 친부. 그리고 털보씨의 친부이자, 지윤 신부의 친부... 그가 이 사건의 진범입니다. 그는 내 아내를 이용해 모 정치인의 관음증을 채웠죠...그리고 내가 그 아들을 죽이길 원한 희대의 사이코..."
"그래서요. 그게 어쨌든...당신은 지금 속은 거에요!"
"속았다...라."
길준이 천천히 말했다.
"그게 어쨌든 난 원수를 갚은 겁니다. 우선은요...당사자인 그 남자는ㅡ 그리고 지경씨도 그 아들이니...잘 죽었으니까. 그리고 남은 혈육들을 죽여서 복수를 완료합니다."
"그럼...지윤 신부님이나 털보씨도?"
"물론. 병률이 놈도 그렇게 해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는 살려주신다면서요...껍데기만 놔둬도 된다고..."
"거짓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합니다."
"그럼 이 말을 나한테 하는 건?"
"내가 정도를 벗어날 정도로 위험해지면...일반인을 함부로 대해서 연관없는 일에 끼어들게 해서 죽게 한다면...그때는 날 가둬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죽게 하는 것에 한정되어 하는 말이겠군요."
은미가 한숨을 쉬었다.
"민간인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 같은 경우를 적용하는 걸로 알아듣겠어요. 그리고 절 신뢰해서 하는 말이라고 알아듣겠어요."
"물론이죠."
"그렇다면 한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네. 무엇이든지."
"그럼, 그 금괴들을 옮길 때 CCTV 이야길 하셨죠? 천개, 만개의 눈이라고 말하면서..."
"잊어버렸습니다."
"그 때 그 트럭들이 모두 경찰의 의심을 사지 않고 금괴들을 실어날랐던 것도 이미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건가요?"
"...그 대답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리고 길준은 천천히 서재의 문을 열어제쳤다. 잠시 어두웠던 서재에 환한 빛이 한가득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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