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당시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 건물 꼭대기에 며칠 전부터 헌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하루에 한대씩 트럭이 사라졌다고 했다. 뭔가를 싣고 있는 것 같았지만, 트럭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했기 때문에 내버려두었다고 했다. 귀찮은 트럭이 하루에 한대씩 사라지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그리고 드디어 두대만이 남아 있던 순간, 어떤 남자가 괴성을 지르면서 그 건물밑으로 달려갔다고...
"내 금괴!"
반지의 제왕을 열광적으로 봤다던 트럭기사가 웃었다.
"웃겼죠. 그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 순간, 그 위에서 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고 했다. 말할 사이도 없이, 그 남자는 그 트럭에 깔려 숨졌다...
"웃을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동안 그 트럭에는 뭔가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죠."
정의는 입가에 슬픈 미소를 지었다. 뭔가, 아니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곤죽이 되다시피한 시체였기 때문에 신원을 알기 어려웠지만, 얼마 뒤에는 그가 그 찰싹녀와 동행했던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찰싹녀의 남편은 자신에게 믿는다며 여러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오래간만이군."
병률의 미소에 정의는 혼란을 느꼈다. 아내가 죽었는데...그리고 그 아내와 있던 남자가 죽었는데...
더더군다나 그의 아내는 독약을 먹고 죽었다...미리 준비했던 것처럼 수제로 만든 사과씨 성분 농축액을 먹고...
병률은 헬스장에서 급습당하는 게 싫다고 했다. 의원이 된 후로 따로 관리는 하지 않았지만, 검사인 명준이 헬스 마니아라, 이야기를 둘이서 하기에는 딱 좋다는 것이었다.
그날에 명준이 헬스장에 오지 않는다는 걸 안 정의는 병률이 연습하는 옆에 따라붙었다.
"예."
"나같으면 조의기간 중에는 취조하진 않을 것 같은데..."
병률은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아까 전의 미소가 거짓말같았다.
"조사할 것이..."
"나를 상대로? 뭘 조사하려고."
병률의 태도에는 긴장감도, 두려움도 없었다. 하긴 그가 예전에 같은 입장에 있었을테니. 이제 와서 긴장감을 가지지는 않을 터였다.
"조지경이란 남자를 아실테죠."
그 말에 병률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그 남자가 죽기라도 했나? 그걸 왜 나한테 묻지?"
"그 남자는 금괴를 선물받기로 했었습니다."
"잘됐군. 복터졌는데?"
무심한 대꾸에 정의가 말했다.
"트럭 30대분의 금괴죠. 하지만 그는 흙이 가득 든 컨테이너가 실린 트럭에 깔렸습니다."
"깔렸다?"
병률이 등을 돌렸다. 역광을 받은 등에는 자잘한 근육이 보였다. 잘 꾸민 몸이었지만 거짓말같았다.
"하지만 의혹이 있습니다. 그는 30대분의 금괴를 받기로 했고, 상대방도 그에 맞게 준비를 했는데 어째서 그에게 그걸 선물해야 했을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입? 무슨 입?"
"흥신소 직원들이 적산가옥에 침입했던 그 사건을 은폐한 사람, 불법 진료를 했던 모 요양원의 원장이 콘크리트에 묻혀 바다에 빠졌던 그 사건을 은폐한 사람, 그리고 뇌물 및 성매매로 출세를 노렸던 사람의 사실 은폐..."
병률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졌다.
"그게 도대체 나하고 무슨 상관이..."
"명준 검사님께는 이미 보고 다 했습니다. 더 이상 당신과 만나지 않기 위해서 명준 검사님은 이제부터 이 헬스장에 오지 않으십니다."
"뭐라고?"
"나머지 한대의 트럭 컨테이너에는 금괴가 들어 있었습니다...많은 양이죠...그것만으로도 아마 보통 사람은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었을 겁니다...이건 오늘 뉴스에 나올 겁니다... 그동안 취조를 받으셔야..."
"닥쳐!"
병률이 소리를 질렀다. 그때 여성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증거로 날!"
"그 증거는 내가 갖고 있어요. 의원님. 내가 당신의 비리를 고발한 거예요."
"은미야...어떻게 네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