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는 유감 천만인 마음으로 길준의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그날은 길준과 은미와 준구, 지윤이 함께 티타임을 갖는 날이었다. 준구의 부러진 콧대를 수술하고, 경찰에 지경의 실종을 알렸다. 털보는 그건 몰랐지만, 길준이 하는 행동이 점점 도를 넘는다는 생각에 방문한 것이었다.


"그래서요?"

털보는 네 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자 잠깐 당황했다. 특히 은미의 눈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았다.
금괴 하나면 된다고 말하고 호기롭게 떠난 자신이...그 사건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졌는가...
정의, 하나면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의로 해결될 사건이 아니었다.


"은미야 본래 저런 눈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지윤 신부. 너는 왜 나를 그런 식으로 보는 거냐."

"형은 이 사태의 본질을 모르시는군요..."

지윤의 눈매가 예전과 달라졌다.

"이건 복수가 아닙니다."

"신을 믿는 네가 다른 것도 아니고..."

"그럼 형은요. 기자인 형은..."

"말려야 해...이봐 정신 좀 차리라고."

"이건 내가 한 일이 아니니 사과할 필요를 못 느끼겠는데요...?"

길준은 말꼬리를 흐렸다.

"뭐라고?"

털보가 뜨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은미가 왜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자신을 봤는지 알게 되었다.
"아니,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무슨 일인지 알았다면서...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나야말로 털보씨께서 기사를 올리신 줄 알고 있었습니다만..."

M일보 상단에 커다랗게 찍힌 찰싹녀, 자살하다. 라는 문구가 적힌 신문이 테이블 위에 놓인 걸 털보는 그제야 봤다.

"그럼...이 사건엔..."

"저희가 끼인게 아닙니다."

지윤이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하게 될일에는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뭔 일을 하려고. 제발 부탁이니 하지마."

길준이 차분하게 그에게 말했다.

"여기 있는 분들께도 설명을 드렸지만 털보씩에게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병률이가 이 모든 걸 포기하고 이 나라를 떠날 때까지 전 그 인간의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다 까버릴 겁니다.이미 반 정도는 벌을 받았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제가 하려고 했던 일은 아닙니다. 유언을 집행하는 중이죠..."

"...유언? 아버지의?"

"네."

뭔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길준은 고개를 은미쪽으로 돌렸다.

"은미씨...명준씨와의 일은 잘 되가고 있습니까?"

"......"

은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었으면 좋겠군요. 이번 일만 끝나면 은미씨도 명준씨랑 연애가 잘 되면..."

"......"

은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준구씨..."

콧대가 살짝 망가진 준구가 길준을 보았다.

"금괴는 잘 보관되어있겠지요? 그 중에 컨테이너 한박스만 빼주세요. 그건 지경씨 몫입니다. 별로 본인한테는 달가운 선물로 가진 않겠지만."

"그분을 다시는 안 잡으시는 겁니까? 두달도 아직 다..."

"잡을 필요가 없죠. 할 일은 다 완수했습니다."

"......"

"준구씨. 컨테이너 40박스는 제 감사의 표현입니다. 이 복수가 마무리되면 저는 개인 함길준으로 돌아갈 겁니다.
다시 주민등록이 있는 이준구씨로 다시 돌아가 가족들을만나셔야죠."

이준구는 이제 가족이 없다. 준구와 길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준구의 부인은 이혼하고 재혼을 했다.
자식들의 성도 이미 계부의 성을 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당당한 주민등록 거주자인것이다. 더이상 쥐취급 받지도 않고 돌아갈 곳 없다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이런 복수레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고맙습니다..."

털보는 잠시 길준이 유언을 하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말았다. 그는 갑자기 길준의 손을 잡았다.

"아직이야...죽을 필욘 없잖아."

"누가 죽는다고 했습니까?"


언짢은 표정으로 길준이 대꾸했다.


"마지막 복수를 할  때까지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