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병률은 인터넷의 sns를 살펴보다가 어느 동영상에서 윤희의 목소리를 들었다. 불길한 예감에 다른 풀동영상을 받아본 그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내 이야기잖아. 근데 왜 형이...'

형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 다음 상황에서 윤희가 형의 얼굴을 때리는 건 선명하게 들렸다.
하지만 앞의 음성에서 제가 나쁜게 아니라...그 말만은 또렷하게 잘 들렸다.

"이거 심각하군..."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그나마 한숨 돌렸다. 문제는 동영상에서 찰싹녀. 라고 불리는 윤희의 정체를 파헤치는 글이 돌고 있었다는게 문제였다. 여자들의 많이 가는 사이트에서는 찰싹녀가 고부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시아주버님의 뺨을 때렸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이 상태로 넘어간다면 다행이지만 언론에서 거기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면...
등에 식은땀이 돋을 지경이었다. 더더군다나 그의 형이 그녀에게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래서 그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너무 무서웠다.


"어서와."

그렇지 않아도 몸도 안 좋은 윤희가, 오로지 남편에 대한 신실한 애정과 우정과도 흡사한 공감대를 가지고 살아왔던 윤희가 변해버린다면...

"우리 앉아서 이야기 좀 하자."

윤희의 말에 병률이 뜨끔했다.

"우리 오랫동안 대화 하지 않은 거 알고 있어?"

"별 문제가 없었으니까...저기..."

병률이 주저 하자 윤희가 스마트폰을 그에게 주었다. 그녀가 내민 스마트폰에서는 찰싹녀, 정치인의 아내설. 이라고 붙어 있는 동영상이 있었다.

"이거 보여? 그리고 이것도."

그녀는 식탁위에 얹혀져 있는 유인물을 보여주었다. 어디서 찍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병률이 흥신소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겉면에 위선자 의원이라고 적혀 있는 CD와 다른 내용이 담겨있는 듯한 usb가 있었다.

"경찰에서 전화 왔었어."

"응?"

"당신 내가 모르는 동안 참 멋대로 살았어."

윤희의 눈매에 물기가 맺혔다. 

"경찰에서는 그냥 동영상 이야기만 했지만 정말 무서운 건 이 CD와 DVD야. 이거 누구한테서 받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아니."

"내일 모레까지 경찰에 자수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여기에 담긴 동영상을 모든 곳에 배포하겠다고 했어.
 나보고 해달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마음이 안 내켜...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니까... 그래서 결심했어.
예전에 누구한테 몸이 안 좋아서 건강요법을 가르쳐 달랬는데 사과씨를 먹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그래서 그 사람한테 사과씨 추출액을 받았어...근데 이거 먹으면 꿈꾸듯이 잘 잘 수 있다고 했어...영원한 잠을 말이야..."


병률은 목 뒤를 누군가가 강하게 가격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그래서?"

"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한 결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

그제서야 병률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속죄해야 된다고 생각해. 당신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고...나는 당신이 청렴한 경찰이나 정치인이 되는 건 상관없지만...적어도 이래선 안되잖아."

"...유...윤희..."

"내 이름 부르지마."

윤희가 쌀쌀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남자답게 결정을 내려. 당신이 결정내리지 않고 도망가면 그건 죄값을 치르지 않는 거야.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걸 먹이게 될 거야. 그 전에, 내용이 다 알려지기 전에 깨끗이..."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윤희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 그  용기를 들고 침실로 들어가버렸다.
병률은 그 병을 얼굴에서 땀을 뚝뚝 흘리면서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용기를 내어서 병뚜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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