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건 살아있는 것이다. 라는 고대인의 농담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꿈들이 모여있는 곳이 무덤이라는 은근 살벌한 영국식 이야기...
이건 살아있는 것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태어났으니 살아있고, 죽지 못하니 살아있는 거죠 뭐..."

자신의 표현대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셈이었다. 나는 언젠가 흑염소를 키우고 있는 그 남자에게 여러가지 농담을 들려주었다. 그 남자는 표정부터가 영 즐겁지가 않아서 나조차도 그 농담의 진면목을 놓칠 정도였다.

"그거 무슨 이야기인가요?"

웃는 표정을 보기 위해서 여러번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엄청난 과장된 표현을 써서 웃겨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 세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저런 이야기를 했다.
참...
두려움을 모르는 소년에게는 찬물을 끼얹으면 된다지만, 저런 남자에게는 뭘 써야 웃길수가 있단 말인가.


난 그래서 여러가지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이야기 1000편.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 500편,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는 이야기 300편을 추려 그 남자앞에서 중무장한 것이었다.
당연히 재료가 떨어져서는 안되므로 짧은 이야기 1편을 하루에 한번 그 남자앞에서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 재료가 다 떨어지는 순간이 왔다.
4년이 지난 어느날 그 재료가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남자앞에 서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정말이지..."

"...무슨 일이죠? 오늘은 그 되먹잖은 이야기가 다 끝난 모양이죠?"

말하는 자세를 보아하니 내 이야기가 어지간히 못마땅했던 모양이었다. 세상의 비관주의자가 된 것은 아마 그 이유도 다소 있었던 듯 하다.

"그 이야기가 정말 재미가 없었나"

내 말에 그 남자가 풋. 하고 비웃음인게 뻔한 웃음을 지었다.

"당연하죠. 내가 그 4년동안 얼마나 지겨웠는지 알기나 해요? 그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케케묵은 그 이야기 듣늘 정말 어이가 없어서...그렇게 낡은 이야기를 하면 광대보다 더 웃기다구요. 그 태도가 말이지...그리고 말이죠. 나도 웃는단 말이에요. TV앞에선 언제나 웃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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