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날뻔하지 않았습니까!"

이준구의 고함소리에 길준은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해도 위험한 일은 맞았다.

"그렇게 윤리적이지 못한 분인줄은 몰랐습니다."

"......"

루가의 성격상 주어진 일은 뿌리치지 못했으리라. 아니면 병률을 배반한 것처럼 자신을 배반했을 수도 있긴 했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만 알았어도...

"뭐 어떻단 말입니까? 루가는 선택을..."

짝!

준구가 손을 들어서 길준을 뺨을 쳤다. 그리고 곧이어 길준의 멱살을 잡았다.

"제정신입니까?"
"당신이 분노하는 건 동성애때문입니까? 아니면  그가 루가의 친부라서?"

"...당신이 알고 있는 건 저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준구가  멱살을 내려놓고 말했다.

"적어도 큰 문맥에 있어서 당신은 정보는 미리 알려주시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제가 루가를 데리러가지 않았다면...지금쯤..."

"지금쯤?"

길준은 여유있게 말머리를 잡았다.

"그다지, 별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그때 그 방에 미리 CCTV를 설치해놨었으니까...그리고 옆방에는 털보씨가 미리 와 있었죠. 내가 부른 것처럼 하진 않았지만...아마 지금쯤 알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겠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하여간, 조지경씨 문제는 잘 되고 있는 거겠죠? 그런 무딘 마음으로 조지경에게 이용이나 당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조지경은 준구가 갈때마다 별 시시한 소리들을 퍼부어서 준구를 괴롭게 만들곤 했다. 원래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의 준구가 맡을 일은 아니었다. 길준은 2주가 넘어가자 해결사들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거라고 했다.
준구도 심정적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조지경이 있는 말 없는 말 다 털어놓는 것은 마음을 털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사람좋게 믿는 것이었다.

"잘 되고 있습니다."

준구는 시무룩하게 대꾸했다. 그리고 그 시간 조지경은 로열 호텔의 토르테에서  윤희와 만나고 있었다.
이미 그녀가 길준을 만난 건 알지도 못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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