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는 그 사건 이후 병률과 말을 하지 않았다. 병률은 늘 하던 대로  될 수 있는대로 부드럽게 윤희를 설득했고, 윤희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의혹은 가졌지만 더 이상 닥달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심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그건 과거에 한번 만났던 형이라는 남자의 전화때문에 확실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의혹을 품고 진실을 찾아가려는 동안에 정의와 병률, 명준의 작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주민등록 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정의가 황명준을 찾아갔을 때 황명준은 앞으로 모 도시에 있을 마라톤 대회의 기념품을 택배로 받고 있었다.

"네?"

너 누구냐, 라는 눈빛의 황명준에게 정의가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

"이준구라는 사람이라는데 변동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저희 서의 한 선배분이 그 분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답니다.이준구라는 사람으로는요."

젠장. 황명준은 투덜거렸다. 신분세탁이 완벽하게 되어 있다는 건 그 치 또한 만만찮은 인물임을 알게 했다.
과거, 도민증의 시절 사람이라면 확실히 가능하다.
지문을 완전히 없애거나 지문이 유사하다면 더욱 가능하다.
그걸 떠나서 경찰에 있는 지문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매수...
상대도 법과 질서를 교란하는 자라는 점에서 황명준을 매우 화나게 만들었다.
그는 선량한 사람은 아니지만 매뉴얼의 인물이었다. 기존 틀을 벗어나는 사람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럼 그 선배님과 공적으로 만나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유가 없답니다."

"예?"

"그 사람을 경찰로서 꼭 만나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만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발장이 들어온 게 없어서요."

"...의혹은 있지 않습니까?"

"검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정의가 조용히 말했다.

"이유가 없는데 억지로 만날 수 없다는 걸요."

그리고 그때 길준도 조지경을 보내주고 있었다. 조지경은 갑작스러운 사태로 어음을 몇개 막지 못해 -여기에는 길준의 술수도 조금 있었다.- 파산을 겨우 면한 상태였다.

"잘 가십시오. 조 선생."

"......"

조지경은 이빨을 부득부득 갈았다. 전화까지 했는데도 윤희는 움직이지도 않았고, 이 빌어먹을 놈의 집에서 4달을 있어야 했다.

"아, 가시기 전에 선물을 드려야지요?"

"선물?"

조지경은 갑자기 깨닫는게 있었다. 그 금괴!

"우선은 거처할 곳이 없으실테니, 로얄 호텔 레지던스 301호에 자리를 마련해두었습니다. 거기서 한동안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아,만날 사람이 있으시면 거기 커피숍 토르테에서 만나시면 될 겁니다."

"....."

한참 뒤에야 조지경은 다시 입을 뗄 수 있었다.

"금괴는?"

"여전히 욕심이 작으시군요."

피식하고 길준이 웃었다.

"일이 무사히 진행되면 그깟 거 천개인들 못 드리겠습니까?"

"일이라니?"

"조선생께서 레지던스 301호에서 2개월만 계시면야 금괴 몽땅 다 드려도 아깝지 않지요. 우선은 하지만 거기서 무사히 계시는게 일입니다."

"날 갖고 노나?"

"...별 말씀을."

길준이 미소를 지웠다.

"당신이 이의원 부인에게 전화한걸 알고 있는데도 보호해줬다는 건 생각하지 않습니까?"

"......."

조지경은 입을 다물었다.

"대신 가린 상사라는 곳에 현금을 맡겨 두었습니다. 하루에 백만원씩. 쓰고 싶으신 대로 쓰십시오."

"댁도 손이 작군."

조지경의 말에 길준이 다시 말했다.

"자신의 몸에 독을 뿌리는 사람에게 그 독을 줄여주는 겁니다. 이것도 선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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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 2015-04-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분세탁건은 모방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자세한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더더군다나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