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아직도 멀었는데
비구름이 치더니 쨍쨍하구나.
때늦은 딸기 화채 만들어
붉은 즙 흘리며 잘도 먹는다.
할애비가 남긴
논어니 춘추니 하는 것들 한 켠에 펴놓고
북종화니 남종화니 하는 것도 두루 펴놓고
종이에 물기 먹을새라 조심도 하는구나.
그런 들 무엇하냐.
한켠에는 춘화도 가득 펴놓고
양반인척 해봐야 무엇하냐.
그꼴에 흙마당에서는 닭싸움이니
애들이야
어른이 무엇하건
그거 구경하느라 넋이 나갔네.
검정닭이 이기건
붉은 닭이 이기건
수컷이 홰를 치건
암탉이 꼬꼬댁 울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랴.
세상아, 그저 어제만큼만 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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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울건 하는 내용은 이틀전에 생각나서 한켠에 적어두었는데
자려고 누우니 짝되는 부분이 생각나서요...ㅎㅎ
김홍도 풍속화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시대는 현대지만, 느낌은 그런 식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