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정을 내려야했다. 루가는 천천히 길준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얼굴.
하지만 단 한번도 내린 결정은 철회하지 않는 것 같은 얼굴.
단단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물렁하지도 않은 평범한 돌.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아니라하더라도 긁으려는 사람의 시도를 무효화시키는 돌.

"실망했나?"

길준이 통화를 그만둔 후 루가에게 물은 첫마디였다. 조지경이 돌아간 이후부터 줄곧 함께 있었는데 그것조차 망각한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막 그 통화가 시작된 순간 조지경은 황금이라도 주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었다.
그것조차 깨닫지 못한 모습.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표정으로 그가 묻고 있었다.

"...널 또 이용한다고 생각한거라면..."

"...이용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

루가는 말대신에 주머니에서 또 다른 usb를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당신이 어쩌면 진짜 찾았을지도 모르는 물건입니다.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이게 무슨 물건인지 몰랐어요."

"알 것 같군."

길준은 손을 내밀었다가 이내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받아봤자 별 필요가 없을 거야."

"질투심때문입니까?"

"동영상을 봤군."

"동영상인지 아는 걸 보니 당신도...아는 군요."

"넣어둬.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을 보면 너도 이 동영상을 가지고 날 협박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을 협박?그 놈을 협박하는 게 아니고?"

루가가 피식 하고 웃었다.

"당신을 협박하면 내 동생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말입니까."

"루가."

길준이 천천히 말했다.

"단순하게 말해서 나는 선인이 아니야. 신을 위해서 살지도 않고, 단지 복수만을 위해서 살지. 나는 복수가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래서요? 당신은...내게 친부를 찾아줄..."

"너한테 이름을 지어준 네 어머니는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고 너를 낳고 이름을 줬지. 그 인간보다는 네 어머니가 취급은 거지같이 당했어도 진실한 인간이었을 거다. 아마 내가 너한테 보여줄 미래도 암울하고 절망적일지도 모른다. 그건 당신에게도 같지요. 준구씨."

이준구는 벗겨진 머리를 손으로 문질렀다.

"당신들에게 빼앗을 미래란..."

"알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올거라는 거."

준구가 담담하게 대꾸했다.

"당신이 그 많은 노숙자 중에 날 고른 건 바로 그거때문일테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된거죠.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쓸데없이 비장하게 굴었군요. 대신 죽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고맙습니다."

길준이 눈가를 손으로 문질렀다.

"부디 이 복수가 이날의 은혜를 갚을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때 조지경은 간단한 통화를 끝내고 자신에게 할당된 침실로 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가 있는 동안 그는 윤희에게 한 통화를 끝내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물론 전화 거는 동안 그는 그 집의 대부분의 전화내역이 기록된다는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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