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랍니까?"

루가와 마주하게 된 조지경이 신경질적으로 길준에게 말했다. 길준은 이미 1시간 동안 끈기있게 조지경에게 설명한 참이었다. 중간중간 말을 끊으면서 길준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발언을 한 까닭에 루가는 자신도 모르게 겁이 날 지경이었다. 조지경은 길준이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점잖게 앉아서 그 반론을 다 듣고 있지만, 길준은 스턴 건으로 전직 보디가드들을 쓰러뜨린 사람이었다. 육체적인 능력으로 따지자면 지경은 상대가 되지 못했고, 재력으로도 상대가 안 될 터였다.

"말 그대롭니다. 당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 조금의 선물을 달라는거죠. 그 이야기라면 1시간도 넘게 했을텐데요? 이해력이 아직도 부족하십니까?"

"내 재산, 내 일생. 모두 저당잡히라는 거요?"

지경은 벌떡 일어났다. 그는 동생에게 모든 것을 걸었었다. 물론 이용도 많이 해먹었지만, 동생에게서 의외의 명민함을 발견한 후 투자도 많이 했다. 그런데 배신당해서 그 적이라는 사람에게 다시 붙어야 한다니...
그는 더더군다나 끌려온 과정이 더 괘씸하게 생각되었다.

"별 거 아닐텐데요. 사실을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내 목을 잡으려는 거 아니오. 어떻게 그걸 다 적어서 폭로하라고. 너무 노골적이지..."

"재산이라면 당신 것이 축나지 않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당신욕심은 생각보다 너무 작아요."

"잠깐만...지금 뭐라고?"

"욕심이 생각보다 작다고 말했습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길준이 대꾸했다. 그는 한 손에 이미 단종된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있었다. 어차피 담배를 피지도 않는 그가 들고 있는 그 담배는 알게 모르게 조지경을 괴롭혔다. 

"그 담배 안 필거면 나한테..."

"대답부터."

병률 못지 않게 독한 담배를 피우는 그에게 그 담배는 하나의 위안이었다. 너무 지독한 담배라서 단종된 거긴 했지만, 그는 단종되기 얼마 전에 몇박스씩 사서 재어놓았다.

"내 욕심이 작다고?"

"당신의 친아버지는 자산가였죠. 그리고 당신은 인지받지 못한 사생아라서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었구요. 그리고 거기에 동의할 수 없었던 당신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유언장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누구인지 이름만 확인할 수 있었구요."

"...잘 아는 군. 근데 내가 욕심이 작아?"

"그 물려받은 상속자가 딱 세명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명이 다 받기 전에 한명이 우선 받았고...그게 바로 납니다." 

"나머지 두명은?"

"누군지는 차차 알려드리죠."

길준이 주먹 쥔 조지경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폈다.  그리고 손바닥 안에 담배를 꼭 쥐어주었다.

"담배 필 시간을 드리죠. 그리고..."

루가를 보면서 길준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에게 부탁할 건 단순한 두가지 입니다. 루가의 친부의 공개와-아마 당신은 잘 알고 있겠죠. 손을 잡을 때 상대의 약점도 잡는 게 당신 수단이니- 당신이 여러가지로 해다바친 정치가들의 명단과 액수 공개. 그 두가지면 됩니다.
그것만 된다면 당신은 당신 아버지의 재산 중 큰 일부를 받게 될 겁니다. 그것더 현금이 아니라 금괴로 말이죠. 서두르셔야 합니다. 후후. 거절하면 당신 욕심은 정말 작은 거라는 걸 알게 되겠죠. 그 금괴는 당신 전재산의 100배니까 말입니다."

길준의 수수께끼같은 웃음에 조지경은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오랜 시간 동안 담배를 너무 피우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옆에 놓인 라이터를 집어들고 불을 붙일까...싶은 그 기분이  약간 더러워졌다.

"당신이 안 한다면 연합통신에 있는 당신 동생이 먼저 터뜨리겠죠. 그럼 게임 끝. 우린 당신을 당신의 적들이 노리는 시내 한복판에다가 던져놓을 겁니다. 우린 손해 보는 게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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