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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아.
동생이 언니에게 말했다.
그 사람하고 난...
이미 결정된 일이잖아. 왜 걱정하니?
언니의 말에 동생이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우린 아닌 것 같아.
혼수도 다 넣고 했는데 이제 와서 그러면 어떡하니?
어쩔 수 없어. 사랑할 수 없는 걸.
사랑?
언니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결혼이 있는 지 아니?
그 사랑으로 다 해결될 줄 알고 강행했다가 그 남자한테 버림받은 난 어떻고?
언니가 더 잘 알잖아. 그런 식으로 또 한번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

언니는 읽고 있던 대본을 무릎에 내려놓고 동생의 뺨을 한대 때렸다.
그 남자가 나빴던 거야. 사랑이 없더라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난 돌아갈 거야.
동생이 말했다.
어차피 여긴 우리 고향이 아니야. 언니.
언니도 시댁이 될 곳이라고 생각해서 온 곳이잖아.
우리 둘다 그냥 돌아가면 돼.
아버지, 어머니도 우리가 결혼하지 않은 걸 알아야해.
우리 둘다 여기  수선집에서 돈 얼마받고 일해? 그러느니 돌아가서 농장을 돌보는 게 더 현실적이야.

언니는 식탁에서 일어나서 한쪽 구석에 있는 보자기를 풀었다. 그 보자기에는 보기에도 눈부신 하얀 웨딩 드레스가 있었다.
봐. 이 웨딩 드레스...
얼마나 예쁘니? 이게 본래 내 거였는데 얼마 전에 네 치수에 맞게 조절했어.
3달 전에 이걸 고치면서 울컥했는데...
할 수 없잖아. 이젠 돌아가야 해.
사실 언니한텐 이야기 안했지만 약혼자에게는 벌써 이야길 끝냈어.
상의도 없이 그러는 게 어딨니?

목소리는 날카로워졌지만 언니도, 동생도 남은 길은 하나뿐이라는 걸 알았다.
이 셋집에서 벗어나 돌아가는 것.
결혼에 대한 미련때문에 자신을 버린 남자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언니와
결혼에 대해 미련도 없고, 감정도 없던 동생은 드디어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언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좋아. 이젠 저 웨딩드레스도 필요가 없구나. 그럼...

그 다음날, 두 사람이 월세를 지불하고 짐꾸러미를 챙겨들고 기차역으로 가던 아침 9시.
그 옆 아파트 앞 드럼통앞에서 두 사람이 버리고 간 웨딩 드레스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눈이 안 좋은 수위는 그것도 모르고 두 사람이 더 태워줄 헌 옷을 넣어준 줄 알고 마냥 좋아하고 있었다.

아, 마음 좋은 아가씨들이야. 착하고 말고. 다정하기도 하지...

흰 것은 검게, 검은 것은 다시 희게 그렇게 웨딩드레스는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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