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서 두들겨요. 그 남자가 말했다. 당신이 쓰는 건 1300년전 셰익스피어 2세가 쓰던 타자기란 말입니다.
셰익스피어 2세라...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나는 두드리는 건 포기하고 타자기의 먼지를 조심스럽게 쓸었다. 1300년된 먼지가 나풀나풀 떨어졌다.
조심해서 만져욧! 유적 담당자가 쇳소리를 냈다. 어차피 두드리지도 못할 거 만진다고 신경질은...
나는 마지막 먼지를 손가락으로 집어든 후 후!하고 그쪽으로 불었다. 당연히 앙심을 품은 거란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만...

뭐가 좋아요?
나는 셰익스피어 2세가 쓰던 타자기를 놓고 나오면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뭐가 좋다뇨?
유적들이랑 보호막도 없이 저렇게 먼지 속에서 사는 게 즐거워요? 당신 인생도 유적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죄수들이랑 같이 있는 간수들이랑 같이...아 맞다. 난 이제 생각났는데 요즘은 간수들도 그렇게는 안 살 걸요.
다들 로봇 풀어놓고 레이저망으로들 감시하니까.

사실 비밀이 하나 있어요. 유적담당자의 말에 나는 빙긋 웃었다.
말해요. 난 입이 무거운 사람이니까. 아니, 글을 쓰는 사람이니 그렇게 펜이 무겁진 않은가?
어쨌든 날 사랑한다고 이야기만 안 하면 비밀 지켜드리죠.
바보군요. 그가 말했다. 내가 비밀을 갖고 있는 건 그런 하찮은 게 아니에요. 내 인생 전부를 거는 거죠.

"그럼?"

내 질문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비밀은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알겠죠. 당신도 타자를 치잖아요. 셰익스피어 2세가 어떤 인물인지는 당신도 잘 알걸요."

그렇게 나는 셰익스피어 2세 박물관을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거 1300년이나 된 타자기 치고 덜 쳐진 부분이 오프셋 인쇄가 되어 있었지...
결국 셰익스피어 2세란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걸로 밥먹고 사는 유적관의 유물담당자이니 결국 입이 간지러워도 입을 다물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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