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의 고용주도 담배를 피우지 않다가 갑자기 독하게 피워대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 사건이 고용주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것이겠지.
그는 고용주에게 악의는 없었다. 다만 더 중요한 일에 몰두할 뿐이었다.
고용주가 그를 고용한 건 그가 귀가 멀었기 때문인데, 루가는 그에게 구해졌기 때문에 고용주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물론 겉으로만.
루가는 병률에게 보이지 않는 껄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그가 그와 그녀를 일찍 구해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폭이 그의 귀에 뜨거운 물을 붓고 그의 동생을 끌고가는 걸 관망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조폭이 그의 눈을 지지기 전에 구해준 건 고마운 일이었지만, 병률이 선인이 아니라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를 구한 것도 병률의 이익때문이라는 것.
"접니다.사장님."
루가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차창으로 울려퍼졌다.
"곧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증거는 입수했습니다."
"...사장이라니...저 놈 말할 수 있잖아?"
루가가 자신의 차에서 한말을 도청하던 흥신소 직원이 말했다.
"저 놈이 배신잔가? 병률이라는 작자도 운이 굉장히 없군. 하필이면 자기 편이 저런 식이라니...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그나저나 사장이라니 누구지?"
"글쎄...따라가볼까?"
두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그들의 이마를 둔기로 내려치면서 스턴건을 발사했다. 경호학과 출신으로 단련되어 있다 자부했지만 불의의 습격에는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 그 누군가는 차로 다가가 루가에게 말했다.
"들통났어. 루가 군."
"아, 사장님..."
"얼른 도망가게. 그리고 내가 숙소를 정해놨어. 동생도 거기 있으니 걱정말고 내 동료말에 따라 움직이게."
"동생을 구해주셨습니까? 이럴 수가...하나님."
"그 놈들에게 끌려가던 걸 부하들이 구해냈지. 그리고 이젠 사장이라고 부르지 말게. 난 사장이 아냐."
길준이 루가의 등을 밀었다.
"난 단지 복수자일 뿐이야."
"아, 증거는요?"
떠나기 전 루가가 그에게 usb를 내밀었다. 길준은 천천히 손을 오므리고 바닥에 구두끝을 툭툭 두들겼다.
그리고, 루가의 차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다음날 기사에는 기절해있던 흥신소 직원들이 저지른 것으로 대서특필되었다.
수상한 점이 있다면 소리가 울려퍼진 다음에 모인 사람들의 증언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산을 타고 내려온 기자(추정)가 속필로 연합통신에 기사를 보냈다는 사실이었다. 연합통신 기자들 증언에 따르면 그렇다는데...호사가들의 말에 따르면 연합통신의 신속성과 우수성을 뽐내기 위한 조작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신문을 읽으면서 우아한 티타임을 가지는 준구, 길준, 지윤, 은미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석 일정을 짜고 실제 보석이 실행되게 한 것은 은미였고, 성경을 읽어주러 간 건 지윤, 루가를 매수한 건 준구였다. 물론 그 중심에는 길준이 있었다. 티타임은 이런 체제가 확고해진 후부터 3일에 한번 정도 실행되었는데, 대체적으로 길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오늘은 웬일이죠? 아직 3일이 안 지났는데?"
은미의 선수에
"그렇군요. 성경을 더 읽어줄 수도 있었는데, 보석 일자가 너무 빨랐던 건 아닌가요?"
"성경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신부님. 경고로도 충분했어요."
지윤의 말에 뒤이어 은미의 말이 섞였다.
"루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루가의 여동생과 함께 요양원에 두실 겁니까?"
"음."
길준이 천천히 드레스 셔츠의 단추를 만지작 거렸다. 베스트에 달린 상아단추가 신사처럼 그를 보이게 했다.
한때 소설이나 끄적이던 한직의 경찰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건 추적, 교통 단속 등의 업무를 보는 현 체제의 지도관이니만큼 경찰은 평소 행동에 우아함을 추가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면서, 길준은 경찰이라기보다는 사건을 짜는 범죄자 혹은 범죄소설을 꾸며내서 일필휘지 휘두르는 한가로운 소설가같았다.
"이제 미끼를 던졌으니, 물기만을 기다릴 뿐. 다만."
길준이 비밀에 찬 웃음을 던졌다.
"그 전에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이 도와주고 있지요. 물론 조금만 틈이 생기면 우리조차 끌고들어갈 사람입니다. 바로 연합통신의 뒤에 있는 털보씨 말입니다. 그 사람은 돈에도 다른 것에도 구애를 안 받으니, 우리도 조금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지윤씨. 당신은 그 형을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병률이나 우리나 속을 통째로 다 들여다보이게 되었으니..."
지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이?"
"아마도."
"...그러면?"
"우리가 잡히기 전에 병률의 미끼를 먼저 던져주는 거죠. 우리도 완벽하게 흰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건 아니니까."
"같은 편이 적이 되었다는 건가요..."
은미가 수심에 잠긴 얼굴로 준구를 보았다.
"이제 어떡하죠? 내부 기밀을 알고 있으니, 루가 군과 여동생건으로 터뜨리지 않을까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 일에 한해서만은."
길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적어도 털보씨가 루가군과 그 여동생에 대해서 제대로만 알고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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