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이준구를 만난 후, 병률은 기분이 굉장히 나빠졌다. 시궁창에 빠졌다 다시 나와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었다.
이준구라는 이름을 쓴 길준은 자신도 모르게 큰 실수를 한 것이었다. 복수의 뒤에 바로 길준이 들어있다는 것.
그걸 노출해버렸으니. 거기다가 더 기분 나쁜 일이 하나 남아있었다.

"형이 어딜 간건지 모르는 겁니까?"

정의의 동창은 어색하게 어깨를 푸는 동작을 했다. 항상 그는 그런 식으로 생각을 미루는 버릇이 있었다.

"당신의 형이 둘이라면서? 둘 중 하나는 알지...나머지 하나는 몰라."

"...설마하니 우리 부자형말입니까? 그 사람은 조사할 필요도 없지요. 감옥에 있으니까 신경 쓸...아니."

"그 아니라고. 맞아. 보석되었다던데...."

"그럴리가!"

병률은 당장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분의 고성과 몇분의 침묵이 흐른 후, 병률은 전화를 끊었다.

"그렇군요. 이런 식으로 복수가 시작되는 건가...그럼 하나는?"

"몰라."

형 둘 중 하나는 배후에서 습격을 하는 인물이다. 그 인물이 바로 털보인 셈인데. 아직까지 병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배후에 습격하기 좋은 연합통신의 비밀 정보원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침묵했고, 한 사람은 무시했다.그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좋습니다.  당신조차도 내 편은 아닐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당신이 누구 부탁을 받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는 모르지만...이건 내게도 중요한 문제니까요. 사랑하는 여자를 한번 뻇긴 걸로 시작해서 그놈은 날 송두리째 빼앗아갈 생각인가본데, 말도 안되는 이야깁니다. 당신도 주의해주시죠."

"물론. 내가 지킬 건 지키지. 난 약속 하나는 정말 잘 지키니까."

병률은 예쁘기만한 쓰레기라는 별칭을 지닌 블랙베리를 손에 들고 전화를 다시 걸었다.
이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가장 사적일 때 쓰는 전화였다.

"아, 소장님...보석되었다는  조지경씨가 어떻게 풀려났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저하고 약속할 떄 그 사람이 보석되면 저한테 알려주기로 하신 적...예?"

그는 블랙베리를 손에 든 채 기사가 기다리는  차에 올랐다.


"네? 전화로 알려주셨었다고요?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요?"

"......"

그가 농아라서 채용했던 운전기사는 그가 타자마자 부드럽게 억센 골목길을 후진해 서울로 가는 네비를 켜놓으며 운전했다.

"잠깐, 루가씨."

기사 루가는 잠깐 고개를 병률에게 향했다. 
그는 물론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 특유의 섬세함으로 웬만한 소리만으로도 행동할 수 있었다.
병률은 수화로 그에게 다시 말했다.

"전에 여기서 내 블랙베리로 전화받던 사람  누군지 아나?"

"......"

기사 루가는 충실한 운전기사답게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운전했다.
병률은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블랙베리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 놈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젠장."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 병률이었다. 그로서는 길준을 다시 보게 된 것부터 시작해서 그가 시작한 모든 일들이 병률의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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