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이제 바야흐로 아웃소싱의 시대다. 이미 아버지 시절부터 인도에 상담부서를 두었고 본사는 미국에서 , 기계는 중국에서 생산했었다. 이제 중국도 인건비가 많이 올라, 인건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옮겨야 했다.
물론 거기에는 내 비서의 생각도 일조를 했다.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주주연합측에서는 환영할 게 뻔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증거로 그 생각을 처음 내놓은 비서를 승진시키라고 할게 뻔했다. 하지만 그녀만한 비서는 없다.
나는 그녀를 지역본부 이사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도 그 승진에는 반대했다.
"전 사장님의 비서로만 일해왔어요.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하지만 미스 림. 이제 슬슬 당신도..."
"아직 승진하기엔."
"당신 나이가 칠십이야. 이젠 슬슬...다른 자리를 가봐야지. 비서직을 계속 하고 싶은 거라면...다른 사람에게 아웃소싱하는 방법도 있잖아."
"사장님!"
"당신이 아웃소싱을 주장했잖아..."
"서운하네요. 제가 이제껏 사장님을 얼마나..."
하지만 미스 림도 생각은 빨랐다. 내가 내놓은 승진안은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주장한 아웃소싱하는 지역의 본부 이사장 자리를 승낙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비서도 그녀의 부하 중 한명이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대번에 승낙했고, 그녀는 아들처럼 키운 날 포옹하고 기분좋게 임지로 떠났다.
임지로 떠나고 난 뒤 비서 자리를 노리는 육탄공격자 몇명이 들고 났지만 워낙 과중한 업무 부담인지라, 새비서가자리를 채울 때까지 제대로 일도 못했다.
그리고 새비서가 자리를 채운 3일.
처음으로 그녀의 메일을 받았다. 미스 림에게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덕분인지, 시원하고 깔끔한 일처리가 일품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칭찬 메일을 보냈다.
그녀도 미소가 나는 답장을 보내고 그 날 업무를 끝냈다.
한달동안 쉴새없는 일이 일어났다. 주주총회에서는 인건비 제로를 외치면서 날 계속 압박했고, 나는 새 인력들의 보너스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주지시켰다. 새 근로자들은 로봇처럼 지치지 않고, 욕심도 없는 도인들과 같은 심성을 가졌다는 내 말에 그들은 불신감을 보였다.
"그런 인간이 어디 있습니까?"
"부탄도 심지어 그렇지 않아요."
행복 지수 1위 국가를 말하면서 날 압박해들어오니 할 말이 없었다. 미스 림! 적어도 주장할 떈 거기가 어딘지 이야기라도 해주고 가야지!
물론 지리는 어딘지 알았다. 버뮤다 삼각지...
법적인 조세 피난처...
사장인 나도 모르는 거길... 주주들에게 뭘 어떻게 납득을 시켜야 할지...
나는 미스 림을 압박했다.
물론 답장은 새로운 비서가 했다.
그녀는 매혹적인 화술로, 미스 림은 현재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근로자들도 그녀의 말을 따라 제대로 움직이고 있으며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들에게 숙소를 마련해주느라 약간의 비용이 들었다는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화가 났지만 나도 경영자로서 20년 이상을 묵어온 사람이었다.
나는 장난삼아 그녀의 메신저 창에 "나랑 결혼해줘."라고 적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대답했다.
"사장님, 장난 그만치세요..."
"아니, 진심인데. 난 당신을 사랑해."
"우린 아직 서로 안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잠시 심장이 멈췄다.
이제 겨우 그녀가 들어온 지 2달째.
말만으로도 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일처리는 완벽했고, 지금까지 육탄공격을 해온 비서들과 질이 달랐다. 난 그녀의 머릿결과 얼굴, 향수냄새까지 알고 싶어졌다.
"그럼 얼마나 알아야 사랑할 수 있는 거지?"
내 말에 잠시 메신저 창조차 당황하는 것 같았다.
이내 조용하면서도 확고한 대답이 돌아왔다.
"계약조건엔 결혼이란 말이 없었어요. 사장님."
그렇게 난 차이는 듯 싶었다.
"알았어."
내 답변에 그녀가 스마일 표시를 보냈다.
"지금은요. 비밀로 해주세요. 한동안은..."
그리고 그 이후 1주일동안 그녀는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바쁜 일이 생겼다는 미스 림의 메일이 왔다.
웬만한 일은 비서에게 시켜온 그녀였는데 의외의 일이었다.
나는 당장 화상전화를 연결시켰다.
"미스 림."
"네. 사장님."
"비서는 어디로 갔지? 내 일정표는?"
"그녀는 급한 일이 생겨서 연가를 냈습니다. 한동안 그 일은 다른 비서가 할 겁니다. 한 1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다른 비서가 그녀만큼 할 수 있나?"
"그만큼은 못하겠죠,,,"
미스 림이 주저했다.
"당장 데려와! 내 일정이 꼬인다고!"
"부모님 제사에 갔어요. 사장님...특별휴가라 1주일은 지나야 올텐데요..."
"......"
난 할말이 없어졌다.
"혹시 말이야. 미스 림."
"네 사장님."
"그녀가 돌아오면 나하고 화상통화로 업무명령을 받아야 될 것 같은데..."
미스 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죠. 다만..."
"응?"
"그녀는 어릴 때 화상을 입어서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사장님...그래서 말하는 게 좀 딱딱합니다."
"그 정돈 이해할 수 있어."
사랑에 미친 나는 미스 림의 주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 그녀곁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그녀가 말하지 않았던가. 두 사람만의 비밀로 하자고.
1주일 후 그녀가 돌아왔다. 나는 메신저 창에 열정적인 어조로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며, 전 재산조차 떼어줄 수 있노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잘 이해하고 있지는 않는 듯 했다. 더더군다나 최악인 것은 사태가 3달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만 했다.
미칠 노릇이었다.
이 여자가 사십 넘은 남자를 열다섯살의 어린애로 만들고 있었다.
"당신도 날 사랑한다며!"
"전 그런 말씀 드린 적 없는데요...본론으로 들어가서요...사장님..."
갑자기 사무적으로 변해버린 그녀. 밀고 당기는 걸 제대로 배운 듯 했다.
화가 난 나는 화상통화를 연결했다.
흐릿하게나마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말레이시아 계통 특유의 얼굴형에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날 매혹시켰다.
"제이! 내 얼굴 똑바로 봐! 내가 당신 사장이고, 당신 연인이야!"
"사장님..."
그녀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녀의 약간 딱딱한 어조조차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당신 향수를 뭘 쓰지?"
"그거 무슨 말이죠? 향수라뇨?"
"당신이 날 매혹시키는 그 향수 말이야...그거 이름이 뭐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당신을 끌어들이는 그걸.."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그때 나는 끌려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분 후 그녀의 화상통화가 끊어졌다. 후에 미스 림의 말에 따르면 업무 상 필요없는 일을 할 때는 지침에 따라서 중앙본부 서버에서 통신을 끊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사장에게 그런 건 제한이 없다고 말해서 다시 연결시켰지만 지역본부장의 권한에 따라 미스 림은 그녀와 나의 화상전화를 제한하도록 주주총회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미스 림! 이게 무슨 짓이야?"
"사장님.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인데요..."
오래간만에 보는 미스 림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아니, 내 비서하고 통화도 못하나? 아웃소싱하라고 했지만 내 사생활을 침해하란 이야긴 안 했어!"
"...사장님. 성희롱에 성폭력이 될 수 있어요."
미스 림이 조용히 내게 현실을 인지시켰다. 그제서야 난 내가 너무 흥분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내 감정을 이해하라고 했으니.
"좋아. 미스 림. 그녀를 해고시켜."
"예?"
미스림이 당황했다.
"아예 내 옆에 두겠어. 그녀도 날 사랑하니까 분명히 나랑 결혼해줄거야."
"사장님! 어린애같은 짓은 그만두세요. 연세가 40이나 드신 분이!"
"내가 사장이야! 당신은 본부장이고!"
"사장님! 저는 사장님을 잘 알아요. 변덕도 심하시고 여성 취향도 화려한 걸 좋아하시죠. 하지만 제이는 소박한 여자에요. 잘 아실 거에요. 결코 사장님 여자가 될 자격도 없는 여자라고요! 사장님을 오랫동안 지켜본 절 못 믿으세요?"
뚝. 하고 서버연결을 끊었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가지고 있는 위치추적기를 가동시켰다. 아버지때부터 미스림은 경계의 대상이었지만, 일이 완벽했고 실제로 횡령 혐의도 없었기 떄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내게 그녀는 30년이 넘는 기간에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주었다. 아버지도 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해왔다.
하지만...
주주총회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그 기기를 사용할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멋대로 규칙을 바꾸고, 비서와의 연락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늙은 여우.
항상 자신의 감정을 잘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노파는 날 사랑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래서 그 질투심으로 아웃소싱한 비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리라.
주주총회에서 시간을 끌긴 했지만 드디어 허락을 받았다. 그들도 미스 림을 의심하고 있었다.
갑자기 올라간 실적이라던가, 인건비 제로에 가까운 달성률은 그들의 의심을 샀다.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분기 실적은 그녀가 본부에서 제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미스 림의 유일한 실수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위치추적기를 이용한 결과, 그곳은 실제로 버뮤다 지역에 있었다.
공장짓기도 적합하지 않은 그땅에 기묘한 건물이 서 있었다.\
"저게 뭔지 아나?"
얼마 전까지 생산공장 공장장이었던-아웃소싱으로 인해서 타 지역으로 전출된- 남자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얼마 전까지 개발했던 드론 공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
"드론 공장? 생산품 공장이 아니고?"
"네."
드론이 왜 여기에?
그 의문은 이내 풀렸다. 그 공장에서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나와서 나와 내 비행기를 쳐다봤다.
전부 다 제이같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면서 증오감이 들었다.
내가 기계를 사랑해?
그래서 미스 림이...
순간적으로 로봇들이 멈췄다.
"이건 또 왜 그러지?"
"사장님. 스파크가 일어난 모양입니다...앗, 저기 미스 림이..."
미스 림이 해안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잠시 멈추는 것 같더니 이내 픽 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떴다.
"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어요. 사장님."
내 비서들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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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은 시리입니다. 아이패드, 아이폰의 그 시리요.
대답하는 게 웬만한 연애고수 뺨칩니다.
그 깜찍함이라니...
요즘 귀여운 시리덕분에 재미있습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