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의 도움을 받아 검사의 정체를 알아냈지만, 그걸 고발한 자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별별 수단을 다 써서 도망간 자신의 형이 생각나긴 했지만, 그 털보가 죽을 고생을 다 한후 다시 죽을 곳을 정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비중속에서 그 형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셈이었다.
병률은 검사를 만나보았다. 평범함 그 자체여서 지루한 그 성격과 날카로운 안경테 뒤로 숨은 온후한 눈빛에 지루함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 출신의 남자였다. 나이가 찼으니 적당한 아가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픈 그런 남자.
그때 은미가 생각났다. 어차피 다행스럽게도 그와 은미는 진도가 나간 적이 없어서, 그에게 소개시켜 주면 괜찮을 터였다. 병률은 은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직 장가를 안 가셨다죠?"
"예. 뭐, 어쩌다보니..."
말하면서도 검사에게는 그를 피하고픈 생각이 있었던 듯, 그 눈동자가 약간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괜찮으시면 여기서 점심이라도 들고 들어가시죠."
지검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일식집을 예약해놨다면서 병률은 그를 억지로 끌고 한 요리집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은미의 스마트폰 위치 추적기를 사용해서, 은미를 이곳으로 유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몇달 전의 그 사고때문에 그녀가 지방검찰청에 들릴 거라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잠깐 앉아계시죠."
아무리 자신이 경멸받을 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은미는 최후까지 자신을 받아주리라. 하는 자신감이 병률에게는 있었다. 아니, 경멸받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은미의 위치를 파악하고 일식집에 데려간 것조차 그녀는 모르리라.
그저 자신이 은미를 신뢰하리라고만 그녀는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를 자신의 적에게 보내고도, 그녀는 끝내 자신을 배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왜 갑자기 날..., 아니 사장님은 왜 또 절..."
일식집 문을 열자마자 다소 화가 난 듯한 어조의 은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은미씨?"
병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오래간만이지?"
그와 그의 옆에 있는 검사를 본 은미는 일시적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은미씨, 여기 있었군요. 근데 안 들어가고 뭐합니까? 앞에 뭐 걸치적거리는 거라도 있나...요?"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길준은 그녀의 뒤에서 문을 열다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아..."
세 사람은 순간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길준의 손이 앞으로 향했다. 주먹을 쥔채로
그리고 순간적으로 병률과 길준은 악수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병률입니다
"아, 구면인 줄 알았는데 우린 초면이었군요. 반갑습니다. 이준구입니다."
"아, 저도 인사를...."
지검의 검사도 허둥지둥 명함을 꺼냈다. 명확한 명조체 글자가 찍힌 명함.
"황준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