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률을 처음 정치의 길로 끌어들였던 형은 현재 곤란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병률의 은인이라고 봐도 좋았을 의원이 수뢰죄로 감방에 들어간데다가 자신은 현재 동생에게 버림받은 상태였다.
"네가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
면회를 온 지인, 그러니까 실제로는 형제 사이인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돌았다.
한명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정치인, 한명은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죄수.
"왜 당신 하나만 특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왜냐니. 난 너의..."
"그 말 한번만 더 반복하면 앞으로 쫄쫄 굶으며 살게 해주지."
냉랭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제서야 그는 동생이 그 여자의 남편을 가뒀던 병원의 원장의 말로를 떠올렸다.
행방불명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그 시체가 울산 앞바다에서 콘크리트에 묻힌 채 발견되었다는 말에 동생을 떠올렸던 것이다.
"좋아. 그렇지. 당신은 내 목숨줄을 잡고 있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날 구해줄거요?"
"...구원은 스스로 하는 거지. 얌전히 형기나 채워요. 나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동생이 돌아간 후 그는 배신감을 곱씹었다. 어떻게 키워줬는데 이런 보답이나 하다니...
"내일 면회가 되어 있으니 미리 준비 잘 하시오."
교도관의 말에 그는 귀가 번뜩 띄었다.
"누가 옵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면회라고 하긴 그렇고, 성경을 읽어주러 신부가 온다는군."
"신부? 나같은 사람에게 신부가?"
"하긴 어울리진 않지."
교도관은 히죽 웃었다.
그 신부의 말이 우스웠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자는 다 형제니까..."
그 말에 갑자기 두 사람의 형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아직 안 죽었단 말이..."
"살인죄까지 지었나? 아니면 잠시 돌은건가?"
교도관의 말에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아니오. 내일 성경말씀 잘 듣도록 하지요."
그의 눈길에 살기가 돌았다. 아직 기회는 있는 것이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동생을 다시 무릎꿇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