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를 막고 서 있었다. 모든 일은 이미 다 봐버린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시각보다는 청각이 모든 것을 다 드러내버리고 있었다.
앙상한 뼈가 부서지는 소리, 흉포한 으르렁거림, 그리고...더 이상 말할 필요 없는 침묵.
그래. 그 침묵이 무서웠던 것이다.
"왜 귀를 막고 있어?"
그 질문이 나올 때까지 나는 계속 귀를 막고 있었다. 어떨 때는 손으로, 어떨 때는 내 자의로, 내 마음으로.
"응? 들려?"
나는 잠시 손을 떼었다. 그리고 내게 말을 건 소녀를 쳐다보았다.
"무엇떄문에 들리지 않는 척 하고 있었어?"
"......"
내가 있는 곳은 농아 학교다. 아무도 듣지 못하고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그런.
그런데 내 앞에 말을 하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아..."
"너도 들을 수 있구나."
내 침묵에 그 소녀가 말했다.
"근데 넌."
"나도 듣고 싶지 않은게 있어서 왔어. 그러니까 너도 내 비밀을 지켜줘야 해."
듣고 싶지 않은게 뭘까.
하여간 우린 계속 같은 일을 반복했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우리는 수화를 배웠고, 수학을 배웠으며,국어를 배웠고, 영어를 배웠다.
우린 항상 같이 있었지만, 둘이 같이 있는다고 해서 특별히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모두에게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3년동안 따로 가고 싶은 곳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학교에서 일부러 나가고 싶진 않았다.
"네 집은 어떤 곳이야?"
그녀가 묻는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풀밭에 말라빠진 나뭇가지를 들고 그림을 그렸다.
네모난 모양에 세모지붕.
그리고 지붕 위에 고양이 한마리. 고양이는 밤처럼 새카맣고 달처럼 가는 노란빛 울음을 운다.
"왜 도망쳐나왔어?"
그녀의 말에 난 되묻는다.
"넌?"
"난 별로 가고 싶지 않아. 갖고 싶은 게 없거든. 하지만 넌 고양이가 있잖아. 노란색 달같은."
"......"
내게 있어서 집이란 건 고양이가 있는 집일 뿐이었다. 내가 돌아가야할 이유가 있는 건 바로 내 옆에 착 달라붙어있는 고양이 미유...그밖의 다른 것은 관심이 없다.
내 귀가 내 자의로 멀어버린다는 건 집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고양이 밖에 없어서 그래."
"...고양이나 있는 거야."
그녀가 떠다니는 구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가는 구름이 고양이 구름이네..."
핥작하고 고양이가 내 다리를 핥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 내 미유가 그랬던것처럼.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