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언이 도움이 되었나?”
좋아하는 기네스 맥주를 앞에 둔 채 털보는 코를 벌름거렸다. 자랑스러움의 표현이리라.
“음...”
길준은 맥주잔에 맥주를 따른 후 잔을 높이 들여보였다.
“이번만큼은.”
“호오, 인색하시군. 하지만 대단해.”
“뭐가 말입니까.”
“해직 당한 기자가 할 수 없는 인맥을 당신이 동원했어. 대단한 일이야.”
기자가 인맥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막이 있는 경우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정치인들은 기자들에게 ‘용돈’을 풀어서 관리하니까.
당연히 털보는 그 용돈을 거부했고, 큰 몸통된 비리를 기사로 올리려다가 해직당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길준이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난 재벌도 아니고, 당신 아버지의 유산을 일시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당신 아버지가 내게 맡긴 복수가 끝나면 다 내려놓고 다시 돌아갈 생각입니다. 적어도 그때는 마음 홀가분하게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
“...너무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유언장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금괴를 찾으면 적어도 당신 몫은 정해준다고 하셨으니.”
“그리고 방심할 순 없습니다.”
길준이 기네스 맥주캔을 우그러뜨렸다.
“내가 친 건 적의 머리가 아니라 꼬리니까요.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테니 다음에는 몸통을 막대기로 세게 두드려줄까 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몸조심 해야 할 겁니다.
불까지 낸 놈들이 무슨 짓을 못하겠습니까?“
“역시 경찰출신이군. 냉정한 것이.”
털보가 하하 웃었다.
“걱정할 정도로 일을 만들진 않을테니 걱정마. 강원도에 금괴는 다 찾았는지, 준구한테 전화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