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자는 행복하다.
탐욕을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아니, 소박 이전에 원하는 것을 알기에 행복할 것이다.
나는 짐으로 가득찬 내 집을 보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많이 있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도대체.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짐이 늘었을까.
뜯지 않은 접시세트, 뜯지 않은 구독 잡지, 뜯지 않은 행켈 칼 세트...
주로 주방용품이 많았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부엌에 필요하지 않은 과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까...


짐이 곧 쏱아져 압사당할 것 같았다.
이럴떄는 어디다가 전화해야 하는 걸까.
내가 내 짐에 깔려죽을 것 같으니 구하러 오세요...하고.
구청에 전화하면 되는 걸까? 전화하면 전화하는대로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되는 걸까.
흔들흔들하는 짐더미가 무서워졌다.

어제 열리지도 않는 문을 열고 택배를 갖다준 청년이 말했다.

"아줌마. 깔려죽기 전에 짐부터 처리해봐요. 아니면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든지!"

참 착한 청년이지...그 말을 듣고서야 저 짐이 날 깔아뭉갤 정도로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쩅그랑.

그 생각에 동의라도 하는 것처럼 짐중에 있었을 그릇이 꺠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우르르르 소리를 내면서 짐들이 밑으로 쓰러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짐에 깔려 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눈을 떴을 떄 짐들은 내 발앞에까지만 떨어져 있었다.


구청에 전화할 필요는 없어진 셈이다.
이제 내가 천천히 짐을 정리하면 된다.
하지만 난 얼마나 삐뚤어진 인간인가. 그걸 알면서도 짐중에 깔려 있는 내 통장을 찾아냈다. 그리고 잔액을 확인한 후(적어도 마지막 물건을 살때까지는 확인했으니까.)스마트 폰으로 로봇 청소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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